전기‧수도 끊고 “나가라”…평생 혼자 살며 노점 조카 뒷바라지
주민들 “얼어 죽겠다” 면사무소에 구조 요청…직원, 조처 약속

90세 할머니가 거주하는 골방. 지붕이 가라 앉아 비만 오면 방으로 물이새고 있다. 사진은 25일 촬영.

이웃집에 사는 90세 할머니의 딱한 처지를 목격하고 나서부터 집집마다 웃음이 사라졌다. 외지에 나가있는 자식보다 더 가깝게 평생을 함께해 온 할머니의 고통인지라 아픔은 두 배 세배 크게만 다가왔다.

마을 주민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는 90평생 자신의 고향집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자식이 없는 할머니는 남동생부부와 함께 살며 조카들을 친자식처럼 돌봤다.

조카들이 학교에 다닐 무렵엔 전주에 방을 얻어 뒷바라지했다. 시장에서 채소노점을 하며 조카들 학비며 생활비, 용돈을 댔다. 그러길 20여 년. 대학까지 마친 5명의 조카들은 번듯한 직장을 얻어 모두 출가했다.

전주에 홀로 남은 할머니는 할 일이 없자, 수 십 년 만에 남동생부부가 지키고 있던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면사무소에선 홀로 사는 할머니를 위해 지붕 등 집수리를 해줬다.

연탄보일러가 하루 종일 활활 타올라 겨울철에도 방안은 온기로 가득 찼고, 24시간 따뜻한 물이 철철 나왔다. 할머니는 면사무소 직원과 주민들에게 연신 “고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집안에 들인 부엌과 화장실은 할머니에겐 평생 누리지 못한 ‘호사(?)’였다.

하지만 이런 생활은 2~3년을 가지 못했다. 얼마 전 남동생부부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할머니를 안집에서 쫓아냈다. 허리가 굽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는 창고달린 허름한 골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붕이 무너져 비가 오면 물이 새는 골방은 온기하나 없는 말 그대로 ‘얼음장.’ 전기와 수도마저 끊겨 하루하루가 힘겹다.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겨우 곡기를 이어가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이대로 두면 올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보다 못한 주민들은 급기야 면사무소로 달려가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들은 “이대로 두면 할머니가 올 겨울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며 “예전처럼 안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사태 파악에 나선 면사무소 복지담당직원은 난감하기 짝이 없다. 남동생부부가 워낙 완강했기 때문. 남동생부부는 할머니 명의로 된 헛간(골방)을 고쳐 살던가, 아니면 아예 복지시설로 가길 원했다.

복지담당직원은 “현재 할머니는 자신의 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건축대장에는 남동생 명의로 돼 있어 지금으로선 강제적으로 행정조처를 취할 수 없다”면서 “다만 안집의 수도와 화장실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선에 그쳤다”고 말했다.

좀처럼 골방에서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하는 할머니는 “현재로선 이 집에서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 마을 주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알지만, 힘들더라도 내 명의로 된 이 곳(골방)을 고쳐 이 마을에서 뼈를 묻고 싶다”고 힘없이 말했다. /특별취재팀

*이 기사는 웅포면 주민들의 제보로 취재했습니다. 
 

90세 할머니가 생활하는 골방 입구. 세워놓은 기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사진은 25일 촬영함.

남동생부부가 사는 안집. 면사무소에서 지붕을 고쳐줘 새집처럼 보인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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