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허사비스 (출처 : 연합뉴스)

알파고의 아버지 “허사비스”의 얼굴에서 인공지능(AI)의 미래를 보고 이세돌의 손에서 반상의 현재를 본다.

국선도 무무관 관장

이세돌 선수와 알파고의 바둑대결은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명인끼리의 게임에서는 전혀 눈길조차 주시 않던 사람들이 인간과 기계의 싸움은 흥미진진한 태도로 지켜 본 것이다. 이제 사람간의 싸움에는 식상하다는 것인가.

이번 대국의 뒤편에는 바로 알파고를 만든 ‘허사비스’가 버티고 있다. 그는 일약 인공지능(AI)의 선구자로 부상했다. 바둑판 앞에서 힘겨워하는 이세돌 선수의 안타까운 표정을 보면서 허사비스의 얼굴이 궁금해 졌다.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눈썹이 압권이다. 마치 대양(大洋)을 유유하게 선회하는 갈매기의 날개 짓을 떠오르게 한다. 어떠한 해풍이 불어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그 바람을 타면서 더욱 비상하는 갈매기처럼 단정하면서도 여유롭고 드넓은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눈썹의 배경에는 M자형 이마가 있다. 눈썹이 지붕이라면 이마는 울타리와 같다. 이러한 울타리를 가진 사람 중에는 철학자이거나 학자풍의 인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허사비스는 컴퓨터를 다루는 이공계의 지식인이지만 그의 사고방식 안에는 철학적 관념과 문학적 사고가 잠재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러한 그의 인문학적 소견이 컴퓨터와 바둑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갈매기의 몸체에 해당하는 인당(眉間)이 다소곳하게 들어가 있다. 외부로 돌출된 행동보다는 내면의 세계로 파고드는 깊이 있는 사고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침내 눈동자에서 허사비스의 광채는 결정(結晶)을 이룬다. 검은 흑진주처럼 또렷하고 초롱초롱 빛을 발하는 그의 눈은 지혜의 샘물임을 증명하고 있다. 참으로 좋은 얼굴을 가진 허사비스다.

이세돌은 어떤가. 그의 명기(名器)는 단연 손이다. 길면서 두툼한 손가락 사이에 돌을 끼우고 반상위에 사뿐히 올리는 모습은 알피니스트의 기개를 닮았다. 그 손가락 끝에 기운이 응집되어 있다. 참으로 명품 손이라고 할만하다.

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 하지 않던가. 손으로 나누는 대화이다. 그렇다면 이 담판(談板)에서 이세돌을 능가할 만한 손은 없다. 허사비스는 손(手)없는 알파고를 앞세워 이세돌을 공략하였다. 그러나 이세돌은 그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난처한 표정을 보였지만 반상위에 다시 올려진 명품 손으로 다시금 한 시대를 평정해 나갈 것이다. 요즘처럼 시끄럽고 어지러운 정치판을 보면서 이세돌의 손이 그립다. 찢어진 국민들 마음을 안아주면 딱 좋을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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