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개월 만에 사업 재개 제로베이스에서 출발 현장 견학

주민 전문지식 돋보여 소각시설보다 건조연료화에 무게 둬

논란이 거세다 공사 중단 사태까지 빚어진 ‘익산시 하수슬러지 시설 설치사업.’

익산시는 2013년 6월 21일~2015년 8월 30일까지 총 사업비 198억 원을 들여 금강동 하수종말처리장 내에 하수슬러지를 건조하고, 소각하는 시설을 세울 요량이었다.

하지만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4년 하순, 동산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 주민들은 하수슬러지 소각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은 알 수 없는 물질로 인한 환경유해 우려를 표명하며 소각시설을 반대했다. 건조방식도 이의를 제기했지만, 소각시설은 전면 거부했다.

급기야 박경철 전 시장은 공사 중단을 지시했고, 결국 공사 발주처인 한국환경공단에서 ‘공사해지(계약해지)’ 해 2014년 12월 29일 시공사인 코오롱환경서비스(주)가 공사를 멈추고 현장을 떠났다.

이후 공사를 못하게 된 코오롱환경서비스(주)는 발주처인 한국환경공단과 익산시를 상대로 2015년 1월 인천지방법원에 ‘계약해지무효 가처분 신청’과 함께 공정률에 따른 공사비와 영업손실비 등을 합친 26억 원의 손해를 배상할 것도 청구했다.

아직 이건은 법정계류 중이고, 익산시는 정확한 배상액수를 산정하기 위한 감정인을 선임 중에 있다.

공사가 중단되자 국비 138억6천만 원을 지원한 환경부는 “계약해지가 됐으니 공사할 의지가 없으면 국비를 반납하라”며 익산시에 공식답변을 요청했다.

또 공사 중단을 지시한 박경철 전 시장에 대해 ‘기관장 보조금 관련 위반’혐의로 형사고발해 박 전 시장에게 200만 원의 벌금이 내려지기도 했다.

공사가 중단된 지 꼬박 1년5개월이 흐른 지금, ‘익산시 하수슬러지 시설 설치사업’이 다시 재개된다.

하지만, 예전처럼 익산시가 준비하고 주민들은 듣기만 했던 방식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

그것도 오로지 주민 스스로 하수슬러지 처리 시설을 운영 중인 다른 지자체를 직접 보고, 듣고, 알아 사업계획을 정하는 주민 선택 방식을 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사 중단 이유가 주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니 국비를 반납 않고 사업 재개 명분도 있으려면 주민의견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익산시 하수슬러지 시설 설치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익산시가 마련한 시설 견학. 5월 30일과 6월 3일 현장을 따라가 보았다.

전문가보다 더 전문지식 풍부한 주민들

5월 30일 오전 8시 옛 동이리역에서 출발한 익산시청 버스엔 28명이 탑승했다. 소각시설 설치를 반대한 대책위 류진택 공동대표와 임정희 이사, 장성진 감사 등을 비롯해 통장 등 14명이 견학 길에 올랐다. 영상을 담기 위해 캠코더까지 챙기는 등 열의가 대단했다.

견학을 추진한 이상춘 상하수도사업단장과 주무부서인 신승원 하수도과장, 고성봉 상수도과장 등 공무원 10명이 탔다. 지역구 시의원인 송호진, 유재구 의원도 함께 했다.

버스에서도 여러 얘기가 오갔다. 주민들은 “소각이건, 자원화건 혐오시설 자체가 들어오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고 했다. 주민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돌았다.

오전 11시 30분 첫 방문지인 부천시 하수슬러지처리 시설에 도착했다. 그곳엔 익산시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 공사를 진행했던 코오롱환경서비스(주) 현장소장이 미리 와 있었다. 이 소장은 이날 견학장소마다 미리 와 있었다.

부천시는 건조해 소각하는 시설이다. 2007년 완공해 민간위탁운영 중이다. 건조기는 패들방식으로 2기가 설치돼 하루 200톤을 건조해 180톤을 소각한다. 하수슬러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모아두는 거대 탱크가 있고, 메탄가스를 활용해 슬러지를 소각한다.

부천시 하수팀장과 주민 간 질의답변이 오가면서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수팀장이 “건조소각시설은 유해물질이 거의 없다. 냄새도 태우기 때문에 악취해결에 최적이다”며 “건조연료화는 악취 때문에 살지 못한다”고 말하자 주민들이 격분했다.

주민들은 “건조연료화 시설을 다녀왔는데 냄새가 안 났다. 여기보다 쾌적했다”며 “하수슬러지를 소각하면 ‘다이옥신’은 나오지 않겠지만,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나온다. 벤조피렌은 환경오염 기준치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유해물질이다”고 따졌다.

주민들은 또 “소각을 하면 요즘 심각성을 더하는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특히 익산의 경우 1년에 탄소배출권으로 3억 원을 소비해야 한다. 소각시설 대신 건조연료화하면 비용도 줄이고 환경오염도 최소화 할 것”이라며 전문가보다 더 풍부한 전문지식을 쏟아냈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철저히 공부하고 분석한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차에 탈 무렵 주민들은 주변을 둘러보고 온 광경을 설명했다. 탈수동과 소각로 뒤편 냄새가 심각하다며 코를 움켜쥐기도 했다.

점심식사 후 도착한 용인시. 2009년 쓰레기 매립장 위에 준공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도 건조(패들)하고 소각하는 방식이다. 하루 120톤의 슬러지를 멀리 떨어진 하수처리장에서 가져와 처리하기 때문에 냄새가 심하긴 했다.

이날 마지막 견학지인 청주시는 이지영 부시장과 함께 견학했다. 이곳은 익산과 비슷하게 하수처리장과 분뇨처리장이 함께 있다. 2000년 준공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은 건조(패들, 디스크)해 소각하는 방식이다. 하루 120톤을 건조해 90톤을 소각한다. 이날 방문한 3곳 중 냄새가 제일 고약했다.

주민들은 현장을 다니며 꼬치꼬치 캐물었다. 전문적이고 민감한 질문에 담당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운영비 절감 악취 최소화 군산 건조연료화에 시선 꽂혀

6월 3일은 이지영 부시장이 처음부터 함께했다. 5월 30일에 함께 했던 공무원과 시의원이 그대로 참석했다. 주민 수는 3명이 더 늘어 30명 넘게 견학했다.

이날 첫 방문지는 군산시. 견학하는 곳 중 유일하게 건조(디스크)해서 연료화 방식을 하는 곳이다. 2014년 1월 민간위탁운영을 하고 있는 하수슬러지 자원화시설은 악취포집 장치가 잘 돼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하수슬러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보일러를 가동시켜 악취를 함께 연소시키고 슬러지를 건조화 하는 방식이다.

담당자는 “하루 150톤의 슬러지를 건조, 하루 25톤가량의 부산물을 생산해 ‘시멘트 연료’로 공급하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다”고 했다.

연료로 판매해 운송비 빼고 1톤 당 1만5천 원가량 번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타 지역의 경우 1톤당 8만~9만 원 하는 슬러지 처리비를 5만 원 이하로 절감시켰다고 했다.

이어 방문한 아산시. 하수슬러지를 민간 위탁해 건조(패들)하고 생활폐기물과 혼합해 소각한다. 하루 60톤 건조해 200톤 소각한다. 2011년 5월부터 운영 중이다. 지금은 건조기가 고장 나 수분함량 80%가 넘는 하수슬러지를 생활폐기물과 혼합해 태우고 있다. 이곳도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2번의 견학을 마친 결과 주민들은 군산의 건조연료화에 시선이 꽂혔다. 인구수도 익산시와 비슷한 30만 규모인데다 반대하는 소각시설이 아니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다른 시군은 익산과의 비교분석이 쉽지 않다. 인구에서도 부천시 90만 명, 용인시 100만 명, 청주시 85만 명, 아산시 32만 명이다.

다만 아파트 등 대규모 주택단지와의 거리 차이는 확연했다. 이들 지역 전부 하수슬러지처리시설과 아파트 등 거리가 1km 이상 차이가 났다.

반면 익산은 하수종말처리장과 라인아파트와의 거리가 800m, 신흥초등학교와는 750m로 가까워 악취 체감도가 매우 높다.

익산시 관계자는 “주민과 시공사와 합의해서 시설을 어떤 방식으로 할 지 정할 예정이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만큼 용역도 새로 맡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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