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살라더니 이제와 '남에게 팔았다'며 꽁무니 빼나" 주민원성

세경건설 분양 저조하자 매각 추진 주민 쫓겨날 신세 돼 초비상

“돈 없어 분양 못 받은 세대 계속 거주 약속 내팽개쳐” 강력 대응

비대위 관계자가 입주민 세대 매각을 추진 중인 세경건설과의 법적 대응을 위한 모금운동 현수막을 가리키고 있다.

‘동산동 세경1차아파트 분양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이번엔 지난해 여름 분양전환 당시 주민들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 초비상이 걸렸다.

세경건설이 분양이 지지부진하자 매각을 추진, 분양전환 못한 주민 200여세대가 길바닥으로 내쫓길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세경건설이 준공 27년만인 지난해 6월 익산시에 ‘임대주택 분양전환 승인신청’을 낼 때 분양 대상 세대수는 전체 588세대 중 526세대. 이중 아파트 거주민(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우선분양이 297세대, 빈집 대상 일반분양이 229세대였다.

당시 주민들은 “주민 동의 없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다. 주민 283세대 중 70%이상이 세경건설과 직접 임대차 계약을 맺지 않고 사는 불법 전대세대여서 우선분양 대상에서 제외돼 1천만 원이 더 비싼 일반분양을 받아야 한다”고 반발하며 적극 응하지 않았다.

결국 세경건설은 분양이 71세대로 실적이 저조하자 빈집은 물론 현재 주민이 거주하는 집까지도 매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270여세대가 팔렸다. 이중에는 주민이 살고 있는 집도 17세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 매각 추진 중이어서 분양전환 못한 주민 200여세대 전체가 길거리로 나앉을 상황에 놓인 셈이다.

세경건설은 매각한 집 주민에게 “분양전환 기간 동안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분양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제3자에게 매각해 소유권이 이전됐고, 임대 보증금 등도 승계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있다.

느닷없는 공문을 받고 충격에 휩싸인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법적 대응을 위한 모금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비대위는 “지난해 세경건설 분양 담당자가 주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독거노인 등 경제적으로 어려워 분양을 받지 못하는 세대는 계속 임차해 살아도 된다’고 약속해놓고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어겼다”며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은 도대체 어디서 살라는 말인가. 윤리의식을 내팽개치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악덕기업이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가난한 서민을 대상으로 세경건설과 부동산 투기세력들이 돈놀이판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세경건설은 일반분양 최고가 5천50만 원보다 비싼 5천500만 원에 팔아 배를 불리고, 외지 부동산 투기꾼들은 금융권을 끼고 아파트 2~3채를 구입해 차익을 노리고 있다. 익산시민들이 외지인들에게 놀아나는 꼴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비대위는 “주민 동의 없이 진행된 분양 전환 자체가 원천 무효다. 또한 주민에게 어떠한 통지도 없이, 그리고 법원에 임대보증금을 공탁하는 등의 절차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주민이 사는 집을 매각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세경건설은 현재 진행 중인 임차인세대 매각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헌율 시장은 휴가 중이던 지난 11일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사정을 면밀히 따져 주민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익산시가 중재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우창수 기자

비대위 관계자가 세경건설을 규탄하는 내용의 아파트 벽보를 가리키고 있다. 벽보. 세경건설이 매각한 집 주민에게 보낸 공문. 세경건설이 감정회사 2곳을 통해 산출한 일반분양가. 지난해 세경건설이 익산시에 분양전환 승인신청을 낼 때 첨부한 서류. 세경건설이 분양전환 하기 전 주민들에게 보낸 안내문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