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마동의 한 요양병원 병실에선 감동적인 한편의 스승의 날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다.

환갑이 지난 제자와 병상에 앉은 팔순의 스승은 손을 꼭 붙잡은 채 마치 부자지간 같은 애틋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날 드라마의 주연은 전형찬 씨(61·삼기농협 이사)와 이귀석 전 이리중학교장(82).

전 씨는 1970년대 초 까까머리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때 담임교사였던 이 전 교장을 아버지와 같은 은사로 존경하고 있다.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꽃이나 화분을 들고 찾은 지도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다.

이날도 화분을 들고 병실을 찾은 전 씨는 “예전에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걱정이 컸는데, 모습을 뵈니 한결 좋아지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며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 전 교장은 “우리 형찬 군은 개구쟁이였지만, 장학생으로 입학한데다 공부도 잘했다. 30여년 스승의 날에 찾아오는 한결같은 고마운 제자다. 이런 제자가 있다는 게 교육자로서 큰 보람이자 자랑”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특히 이 전 교장은 전 씨가 두 딸을 입양해 잘 키우고 있는 것을 크게 추켜세웠다. 전 씨가 ‘입양전도사’로 활동하며 2014년 입양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을 때는 뛸 듯이 기뻤고, 이 훈장을 가져와 이 전 교장의 목에 걸어줬을 때는 가슴이 벅찼다고 술회했다.

이 전 교장은 이리중학교에서 37년 간 교편을 잡으며 과학과 기술 과목을 가르쳤다. 대쪽 같은 강직한 성품의 원칙주의자였지만, 제자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스승이었다.

이 전 교장은 제자들의 인생관에도 영향을 줬다. “시작과 끝이 같아야 한다. 용두사미 되지 마라. 한 우물만 파라.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라”고 가르쳤다.

전 씨는 “선생님의 이 말씀은 삼기농협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40여년 봉직하고 퇴임할 때까지 큰 가르침이었다”고 말했다.

1999년 교단에서 물러난 이 전 교장은 무릎에 류마티스 관절염이 심해져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지극정성 병간호하는 부인 박순희 여사(75) 덕분에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 아들 동균(프리랜서)·향균(회사원)·용균(대학교수), 딸 영술(간호사) 씨도 자주 들러 행복하다.

이 전 교장은 제자들에게 인생 선배로서의 당부의 말을 전했다.

“거짓 없이 바위처럼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길 바란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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