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있다 - 익산열린신문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익산지회장

그리운 가족이나 친구들과 만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정겨운 대화를 나눈 지가 언제쯤이었나?

클릭 몇 번과 하트 몇 개로 감정교류를 대신하는 것도 못마땅한데 앞에 앉은 젊은 남녀가 서로 고개를 숙인채 휴대폰만 들여다 보는 모습을 볼때면 의아함을 넘어서 아찔함마저 느낀다.

‘카톡방에서 만나자’며 메시지를 보내온 고교 선배는 별장 같은 자기 집 사진에 안방, 작업실 등 심지어 꽃이 활짝 핀 정원에 아내까지 촬영하여 일방적으로 카카오톡에 올리면서, 자발적으로 카톡을 해본 적이 없는 나를 난감하게 만든다.

라인이나 밴드는 물론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사실 SNS시대에 ‘컴맹’, ‘넷맹’을 넘어 왕따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많이 된다.

휴대폰을 이용해 전화를 걸고 받으며 메시지나 카톡에 사연정도 확인하는 나에게.

요즘 많이 사용하는 A4 용지보다 약간 적은 듯한 8절지 크기의 줄이 그어진 편지지에 정성들여 사연 쓰고, 예쁘고 앙증맞게 그림(컷) 그려 수없이 날려 보냈다.

그것도 모자라 가까운 친구들 사연까지 대필하여 온 종일 반복해 쓰면서 멋진 글귀가 바닥나 억지로 독서하고 귀한 책을 구하려 이리저리 헤맸다.

불란서의 영웅 나폴레옹은 전쟁터에 나갈 때 ‘책마차’를 끌고 출정했다. 이집트 원정대는 1천 권의 책과 수 백 명의 사서(司書) 고고학자들까지 데려갔다.

나폴레옹의 사서는 신간을 준비하고 대기하다 나폴레옹의 명령에 따라 즉시 대령했다.

그는 외딴섬 세인트헬레나에 유배 당시에도 8천여 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사망 후 그의 서재에선 2천700여 권의 책이 꽂혀 있었다고 한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독일을 침공한 나폴레옹을 바라보며 ‘저기 백마탄 세계정신이 지나가고 있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고교시절 아버지가 서점을 하는 친구가 너무 부러웠으며 대학 때는 책을 구하려 버스를 타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지 않아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직장 초년병 때는 지나친 월부책자를 구입, 경제적으로 무척 힘이 들기도 했었다.

이젠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이 됐다. 잡지나 신문도 마찬가지다. ‘폰’이나 ‘넷’에 다 들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다.

프랑스의 문인 ‘뒤퐁’은 ‘글이 곧 사람’이며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인간의 존재는 그가 읽은 책이 결정한다’고 했으며,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고 했다.

‘서가의 책 한 권을 골라 눈에 띄는 문장부터 그냥 읽어라. 이해할 수 없어도 그 책이 서가 어디에 꽂혀 있는지 기억해 두라. 책은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다. 어떤 책이든 사서 서가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독서다’라고 ‘윈스턴 처칠’은 강조했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다양한 피서 방법이 있겠으나 책 속에 길이 있다하였으니 책 속에 빠져 책벌래나 책만 읽는 바보(看書癡)가 되어 여름을 이겨내고 책 속에서 길을 찾아보자.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