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 상임대표 / 원광고등학교장

드디어 오는 8월 15일 제 72회 광복절을 맞이해 우리 고장 익산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게 됩니다. 일제의 반인륜적 범죄를 고발하는 평화의 소녀상은 이미 국내에 70여 곳, 미국, 일본, 독일 등 해외 20여 곳에 세워졌고 약 10여 곳이 발족식을 열고 건립 준비 중에 있습니다.

우리 익산 지역에는 지난해부터 시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문제가 거론되면서 올 2월에 추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첫 회의에서 조직과 예산 문제를 논의 한 후 각종 사업들을 기획하고 집행하는데 모든 분들이 한마음이 되어 순탄하게 진행돼 왔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실시한 가두모금에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부터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와 어린 학생들까지 쌈짓돈을 모금함에 넣어주시며 격려해 주실 때는 저절로 신바람이 났습니다. 또한 미래의 주역이 될 각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평화의식을 고취시키고 소녀상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저금통을 전달했습니다. 이 또한 예상을 뛰어 넘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우리들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이때까지는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야 할 장소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설치 장소에 관한 설문에 참여한 74.4%의 시민들께서 익산역 광장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 전북본부는 각종 이유를 들어 수 차례 장소 사용 불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대책위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녀상이 익산역에 세워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명했습니다.

첫째, 익산역(구, 이리역)은 일제 강점기인 1912년 현재 위치에 세워져 호남 교통의 관문이자 일제 수탈의 현장으로 민족의 아픔을 함께해 온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둘째, 일제에 의해 우리 지역의 젊은 청년들이 강제 징집돼 전쟁터로 그리고 어린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기 위해 열차에 강제로 태워졌던 우리민족 고난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민족의 슬픔과 고통을 함께 해 온 역사적 장소이기에 익산평화의소녀상은 시민들의 뜻을 모아 익산역에 건립돼야 합니다.

급기야 지역의 언론과 정치권이 개입해 요지부동이던 한국철도공사 측을 설득했고 결국 대책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해 제막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익산 평화의 소녀상은 타 지역과는 다른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의자에 앉아 있는 좌상이 아닙니다. 우뚝 서서 전방을 응시하는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거칠게 잘린 머리카락은 부모와 고향으로부터 강제로 단절된 것을 상징합니다. 왼손에는 미국, 캐나다 및 여러 나라가 의회에서 통과시킨 UN인권이사회 결의안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속히 이를 해결하라는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오른발 아래는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정부가 굴욕적으로 합의한 협상문을 파기하라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문’을 밟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과 주변을 꾸민 돌들은 모두 우리고장을 상징하는 황등석을 사용했습니다.

익산평화의소녀상이 제막되기까지 약 6개월 만에 116개의 시민단체와 40개의 기업, 29개 학교, 158가족(615명), 개인 1천885명 등 참으로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해 주셨습니다. 이는 익산시민들의 깨어난 역사의식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으로 세워지는 익산 평화의 소녀상이 익산역 광장에 우뚝 서서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의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고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되어서 시민들과 익산을 왕래하는 모든 분들의 사랑을 받기를 염원합니다.

우리 추진위원회는 오는 8월 15일 소녀상 제막식을 빌려 익산을 평화의 도시로 선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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