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7일 오후 3시께 지역구 시의원 3명과 주민들, 시청 공무원이 문제의 도로에 나와 언쟁을 펼치고 있다.

<속보>익산시가 27년 전 지정한 후 방치하고 있는 ‘도시계획도로’를 놓고 주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본보 11월 20일자 4면 현장취재>

“교통이 불편하니 하루 속히 땅을 매입해 개통해 달라”는 주민들과 “땅 주인에게 특혜 주는 일이다. 오히려 교통 혼잡을 불러 올 수 있다”며 개통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제의 도로는 모현 현대2차아파트 앞 롯데슈퍼와 전북은행 사이에 있는 ‘골목길(고현로 7길)’. 익산시가 왕복 2차선 도로를 만들겠다며 1990년 지정한 도시계획도로다.

‘ㅏ’자 형태의 이 길 한 가운데 58평정도 땅이 길옆에 자리한 5층짜리 상가 주인의 소유다.

익산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상가 주인은 2008년께부터 “재산권 행사”라며 ‘ㅏ’자로 꺾어지는 길목에 볼라드 등을 설치해 현대 2차아파트로 통하는 차량 통행을 막았다. 그럴 때마다 익산시는 ‘불법 시설물’로 간주해 철거하는 등 핑퐁게임을 해왔다. 상가 주인은 지난 11월 27일 자신의 땅과 익산시 땅의 경계에 빨간색 ‘차선규제봉’ 9개를 설치한 상태다.

상가 주인은 특히 2015년만 해도 차들이 나란히 ‘일렬 주차’할 수 있도록 돼 있던 주차장을 2016년엔 ‘대각선 주차’를 하게끔 주차장을 비스듬하게 틀었다. 이로 인해 반듯했던 도로는 구부러졌고,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졌다.

현재 차량 2대가 비켜나기도 버거울 정도로 비좁은 이 길은 ‘일방통행.’ 27년 전 지정한 도시계획도로 공사를 원하는 주민들은 “익산시가 땅을 매입해 정식으로 왕복 2차선 도로로 확장해달라”고 지난 10월 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청원을 냈다.

하지만 도로 확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교통 혼잡을 불러올 수 있고, 상가 주인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근 주민 김모 씨는 “현재는 교통량이 적어 상가엔 빈 점포가 많은데, 왕복 2차선 도로로 확장되면 상가에 세입자가 늘고 가게세도 인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주인이 계속해서 교통방해물을 설치하고, 주차장도 비스듬하게 틀어 길을 구부러지게 만든 것을 보면 결국은 상가 주인이 도로 땅을 팔아 잇속을 챙기려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상가 주인으로부터 땅을 매입하려고 올해 본예산에 2억 원을 편성했던 익산시도 땅 매입을 보류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도로 확장을 반대하는 주민들 말처럼 변호사로부터 특혜 소지가 높다는 의견이 나왔다. 등기부 상 땅 주인이 여러 번 바뀐 것도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상가 주인이 직접 땅을 팔겠다고 공식입장을 표명한 바도 없다. 또 도로가 포장이 돼 있어 굳이 땅 매입을 않고도 차량 통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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