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혁·김미란 부부 묵은지·고사리 볶아 불판에 올려

느끼함 제거 고소·담백·달콤해 인기 17년 외식 명소

초미세먼지가 극심하던 3월 말 어느 밤. 목이 따가워 친한 형에게 삼겹살을 먹자고 졸랐다. 형은 동산동 우성아파트 정문 앞에 있는 고깃집에서 보자고 했다.

식당이름은 ‘변사또.’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에 있었지만, 빛바랜 간판과 한 눈에 꽉 차는 외관은 근동에서 꽤나 오래된 맛 집으로 보였다. 74평 면적에 널찍한 좌식 홀, 나란히 붙은 방 2개 입구의 ‘사또’와 ‘춘향’ 푯말. ‘몽룡’을 빼고 변사또를 주인공으로 한 식당 주인의 재치가 돋보였다.

조금 기다리자 형과 형수, 그리고 어린 조카가 왔다. 주문한 메뉴는 생삼겹(200g 1만1천 원) 4인분. 주인은 고기도 올리기 전 불판 한 가운데에 한 움큼 뭔가를 올렸다. 자세히 보니 ‘묵은김장김치(이하 묵은지)를 깨끗하게 씻어 볶은 것’과 ‘고사리 볶음.’

형과 형수는 “삼겹살 먹고 싶으면 묵은지와 고사리에 싸서 먹으려고 변사또만 찾고 있다. 우리와 같은 단골이 엄청 많다”며 “이 근방에서 유명한 맛 집”이라고 소개했다.

노릇노릇 잘 익은 삼겹살을 묵은지, 고사리와 함께 먹으니 느끼한 고기 맛은 사라지고 담백하고, 고소하고 달콤하기까지 한 오묘한 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어 취재수첩을 꺼내들었다.

송기혁(50)·김미란(49) 부부가 변사또를 개업한 날은 2001년 4월 5일. 벌써 17년이 지났다. 부부는 생삼겹과 갈비(250g 1만1천 원)를 시키면 묵은지와 고사리를 내온다고 했다.

이른바 ‘묵은지 생삼겹’, ‘묵은지 갈비’를 한 지가 17년 됐다. 시작은 엉뚱했다. 반찬으로 차리던 묵은지가 1년 지나자 겉이 하얗게 변해 양념을 깨끗하게 씻어낸 후 마늘과 설탕, 소금, 들기름에 볶아서 상을 차렸다.

그러자 묵은지를 불판에 올려 고기에 싸먹는 손님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이후부턴 아예 묵은지를 불판에 올렸다.

인기가 높아져 손님이 늘면서 김장김치도 500~1천포기를 만들었다. 1~2년 묵힌 후엔 멀쩡한 김장김치를 씻어 묵은지 볶음을 만든 후 불판에 올렸다.

고사리도 손님들이 불판에 올려 구워 먹기에 1년 전부턴 아예 묵은지와 함께 불판에 올리고 있다. 고사리는 국산 들깨의 껍질을 벗기고 쌀을 섞어서 가루를 낸 후 함께 볶아서 낸다.

변사또는 전라북도 고유 잔치음식인 새콤달콤한 ‘콩나물잡채’와 ‘양념게장’ 등 13가지 반찬을 내온다. 겉절이 등 반찬도 그날그날 만든다.

오리탕·오리로스·닭볶음탕(이상 4만 원)과 해물낙지볶음(3만 원)도 인기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11시. 넷째 주 월요일은 쉰다.

주소는 익산시 서동로 2길 45. 문의는 ☎063-857-3453.

전라북도 고유 잔치음식 '콩나물잡채'

양념게장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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