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택배 트럭!' 깊은 울림의 시 …아이들 문집 ‘맛있겠다’ 발간

‘동시마중’ 36호로 등단한 시인…전북초등 국어교육학 1호 박사

나는 미륵산 아래 잠자는 돌이었어

새가 되어 나는 꿈을 꾼 날부터

내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지

당당한 발, 늠름한 어깨로

키가 9층까지 으쓱 커지자

미륵사 스님들이 멈춰 서서

내 어깨의 새털구름 올려 보았지

아이들은 노래 부르며 탑돌이 했어

나도 가만가만 따라 부르며

날개 펼칠 날 기다리고 있었지

어느 사이에 절도 없어지고, 또

노래도 잊어버리고

날아 보지도 못한 채

장맛비가 일천사백 번 지나가고

개도 오줌을 누고 갔지

벼락으로 부서져 시멘트를 발라 댔지만

꼼짝 않고 서서 기다렸어

기다리는 건 내가 잘하는 일이야

나는 지금 알 속에 들어가 있어

진짜 새가 되려고 말이야

심장 속에 사리 항아리 넣던 날처럼

다시 태어나고 있어

천년 전 그날

내가 꾼 꿈으로

다시 일어서려고.

양 날개로 날아오르려고!

문학동네 동시집 59 ‘달려라, 택배트럭!’ 30쪽에 실린 ‘꿈꾸는 미륵탑-익산 미륵사지 석탑’ 동시의 전문이다.

이 동시를 지은 주인공은 익산 성당초 교감인 임미성 시인(45).

동시마중 36호로 등단한 임 시인이 첫 동시집 ‘달려라, 택배 트럭!’을 펴냈다.

그가 2013년부터 쓴 시는 약 500편. 이 가운데 첫 번째 택배 트럭에 고르고 골라 담은 시는 45편이다.

소리 내어 읽을 때 즐거움이 있는 시, 반전과 울림이 있는 시, 독창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본 시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한 시를 우선으로 실었다.

고교 시절부터 시 쓰기를 즐긴 그는 2012년 안도현 시인이 “동시를 써보라”는 권유를 받고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동시는 사람의 마음에 ‘울림’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울림이 일어난 동시는 오래오래 곱씹어 생각하고, 사람과 사물이 오래도록 화해하고 공존하게 하죠. 입말이 재미있고, 동요처럼 경쾌한 동시라 할지라도 마음에 울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전북작가회의 아동문학분과 회원이며, 시 읽기 모임 ‘그리운 여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지역 동시 창작 모임인 ‘동시랑’ 회원이기도 한 그는 2015년 성당초 교감으로 취임한 이후 매일 오후 1시 운동장 메타세쿼이아 나무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해왔다.

동시로 역할놀이도 해보고, 아이들이 쓴 시를 모아 문집도 만들었다. 동시집 제목은 성당초 어린이 시 모음‘맛있겠다.’동시 수업을 진행하면서 68명의 전교생 작품을 모아 만든 학교 문집이다.

그는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라고 말한다.

“저는 오랫동안 동시를 사랑했어요. 아니, 더 정확하게는 어린이들을 좋아해 왔어요.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니까요.”

동시를 쓰는 동안 정말 즐거웠다는 그는 어떤 때는 꿈에서도, 밥 먹다가도 동시를 생각하고, 설거지를 하다가, 빨래를 널다가, 학생들과 산책을 하다가도 동시를 발견하기도 했다.

동시를 사랑하는 그는‘전북대 어문교육학과 1호 박사’이자 ‘전북 초등 국어교육학 1호 박사’다.

전주교대에서 초등국어교육 석사를 취득한 그는 2008년 전북대 어문교육학과에 입학해 2012년 학과 최초로 국어교육학 박사가 됐다.

그는 ‘참사랑별샘’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참사랑별샘은 초등교사 커뮤니티 닉네임.

‘참’은 진리와 지식, 지혜를 뜻하고 ‘사랑’은 교사가 가져야 할 기본철학이자 소양이며, ‘별’은 자신을 스타로 여기면서 아이들을 스타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다.

‘샘’은 아이들이 쓰는 선생님의 준말이자 참과 사랑이 솟아나는 샘물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1995년 9월 정읍 덕천초등학교에서 교단에 첫 발을 디딘 그는 자신의 명함에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를 새겼다. 아이들이 하는 말, 눈빛은 어른이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하면서도 순수한 것이 많다며 그 자체가 바로 시(詩)라고 했다.

“존경하는 시인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임미성 시인.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5일 혁신지속학교 8년차 성당초 카페에서 만나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첫 동시집을 냈다. 수백 편의 작품 중 45편을 선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가?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동시는 아이들만 읽는 것은 아니지만, 1차 독자는 아이들이니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동시는 담지 않으려고 했지요.

-매일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고 있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쭉 시를 썼어요. 교사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동시를 가르치는데 교과서에 실린 동시가 정말 재미없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좋은 동시, 좋은 어린이 시를 찾기 시작했죠.

그런데, ‘맛있겠다’ 동시 모임을 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동시와 아이들이 생각하는 동시가 조금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전부 똥, 방귀, 웃긴 이야기만 좋아할 거라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아니었어요. 아이들은 리듬감 있는 동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동시도 좋아했지만, 읽고 나서 세상이 새롭게 보이는 시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멋진 시를 쓰는 것보다, 내 자신이 아이의 마음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의 매력이 있다면.

동시의 매력은 너무나 많아서 다 말하기 어렵지만, 첫째는 희망을 노래한다는 점이에요. 시는 내 상처에 소금을 뿌려 더 처절하고 아프게 나를 단련하는 일인 것 같아요. 반면에 동시는 슬프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합니다. 어린이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무한한 가능성, 희망을 품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또 쉽고 간결한 언어로 삶의 정수를 맞닥뜨리게 하는 것. 그것이 동시를 나누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예요. 각자의 마음에 울림이 일어났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죠.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이번 동시집의 인세 일부를 기부한다고 들었다.

동시를 쓰는 동안 첫 동시집이 나오면 나 아닌 다른 사람, 특히 아픈 어린이를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어요. 10여 년 전 조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3년을 아프다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 일이 있어요. 너무나 예뻐했던 아이였기에 충격이 컸어요.

그때 어렴풋이 내가 책을 내게 되면 아픈 아이들을 위해 적은 액수라도 꾸준히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집 출간 이후 소아암 재단과 연결되어 인세의 10%는 꾸준히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글‧사진 우창수 기자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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