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아르케 객원연출

얼마 전 연극으로 각색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러 간 적이 있다.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랑에 대해 아주 절제된 감정으로 잔잔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면서 개봉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연극으로 각색된 8월의 크리스마스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초원사진관이 배경이다. 사진을 찍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사랑, 하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이었기에 우리에게 조금 더 긴 여운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공연을 보는 동안 문득 오래 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똑같이 사진관이 배경이었던 작품이 말이다.

‘행복한 사진관.’

도시의 변두리에 허름하게 자리한 사진관, 그 사진관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소소한 행복. 그렇게 만들어진 행복은 우리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선사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사진관 무대를 만들고 무대 안에 소품으로 사용할 사진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출연했던 배우들이 자신들의 앨범이나 사진을 가지고 오게 되었는데, 사진들이 도착하는 날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백일사진, 돌 사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사진, 지금은 옆에 계시지 않은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멋진 자동차 앞에서 찍은 사진 등…. 정말 한 사람이 살아 온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한 편의 영화처럼 배우들의 인생 파노라마를 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초원사진.관’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된 지 흐른 시간이 20년……. 20년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사랑에서 사진으로.’

20년 전의 사랑이 20년이 흐른 지금은 사진을 찍으러 오는 다양한 삶의 인생 이야기로 말이다. 다시 한 번 대본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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