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맡은바 일 충실히 하면 반드시 빛을 본다”

오로지 시민만 바라보고 38년 바른 길 걸어온 ‘참 공무원’

“이한수 전 시장 잊을 수 없어…정헌율 현 시장 기대감 커”

가정‧자신에 소홀 아쉬워…함라에 집 짓고 자연인의 삶 계획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어 동료와 후배 공무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공직생활 38년간 정도를 걸을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해준 아이들 엄마에게도 한없이 감사합니다.”

안택근 익산시의회 사무국장(59)이 6월 말로 정년을 맞아 공로연수에 들어간다.

그는 38년간 공직에 머물며 ‘없는 듯 있는 듯’ 묵묵히 맡은바 소임을 다한 참 공무원으로 정평이 난 인물.

자신의 성공을 위해 줄을 대지 않고, 지방공무원의 꽃인 서기관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특유의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인 그는 조직에 누가 되는 일은 생각지도 안했고. 곁에도 가보지 않을 정도로 바른 길을 걸어온 ‘공직자의 사표(師表)’다.

그는 이러한 철저한 자기관리를 자양분 삼아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제 백구 태생인 그는 1979년 10월 공직에 첫 발을 디뎠다. 초임은 김제군 백구면사무소. 전라북도 지방공무원 9급(당시 5급) 공채로 들어왔다.

그러다 1988년 익산시로 발령을 받아 ‘30 성상’ 반평생을 보냈다. 이리중앙초와 이리동중, 남성고 등 학창시절까지 합하면 익산 토박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김제에 있었으면 승진하는 케이스였는데, 강등을 감수하면서 익산에 왔다. 익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 친구도 많고, 외롭지 않을 것 같아 자원했다”면서 “그때 선배 공무원이 ‘공을 다른 데로 찼다’며 김제에 남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직 생활은 주로 기업과 농업 쪽에서 일했다. 익산시가 대표적인 도농복합도시인만큼 주무국과 주무과에서 일한 셈이다. 2010년 사무관으로 승진한 그는 함열출장소장과 사회과장, 회계과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주민생활지원과장과 국민생활관장, 홍보담당관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쳐, 마침내 2017년 지방공무원의 꽃인 서기관(국장)으로 승진했다. 의회사무국장은 서기관 첫 소임이자, 마지막 불꽃을 태운 곳이 됐다.

-38년간의 공직생활을 명예롭게 마무리한다. 외길을 걸어온 공무원 입문 동기는.

1979년 당시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장남이다 보니 대학 진학보다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갈 수 있는 길은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내심 직장 잡기를 원했다. 그러던 차에 덜컥 전라북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영광을 얻었다.

못다 한 공부는 원광대학교 야간에 다니며 주경야독했다. 몸은 힘든 시기였지만, 참으로 행복하고 꿈같은 세월이었다.

-보람 있었던 일 한 두 가지만 꼽는다면.

왕궁농공단지 조성이다. 동양물산(농양농기계)을 유치하지 못했다면, 아마 왕궁농공단지는 완공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을 것이다.

기업지원계장으로 일할 때인데 창원에서 이전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노조 반대가 워낙 심했다. 하지만 매일 창원으로 출근하다시피 한 끝에 마침내 허락을 받아냈다. 의회 동의를 거쳐 부지 매입비를 낮춘 것도 주효했다. 정말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적이었다.

소소한 일이지만 돌아보면 보람된 일도 많았다. 자연친화적 공설묘지 확충을 비롯해 국가귀속 부가가치세 환급으로 세수증대, 계약관리 투명성 제고, 지역사회서비스 투자사업 조기 정착 등이 부끄럽지만 성과라면 자그마한 성과다.

-후배 공무원과 동료들에게 신망이 높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묵묵히 맡은바 임무를 다하는 공무원으로 정평이 났다. 공무원으로서 철학은.

직원 간 친화가 가장 중요하다. 저 같은 경우 유순하다는 분위기를 스스로 느낀다.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얼굴을 붉히지 않기 위해 조용조용 넘어가곤 했다. 이게 핸디캡이 될 수 있지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물의를 일으켜 조직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공직자의 첫째 덕목은 ‘정도’를 걸어가는 것이다.

-정도만 가면 공직생활에서 좀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아니다. 정도를 갈 경우 지금 당장은 소외받는 것 같은데 나중에 빛을 내기 시작한다. 묵묵히 일하면 상사들한테 눈에 띄어 발탁이 된다. 누구나 줄 잘서는 직원보다,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직원을 데려다 쓰는 게 인지상정이다.

줄을 대지 않고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하는 게 바로 공직생활이다.

그러기 위해선 능력을 배양하고,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쉬지 말아야 한다. 자강불식(自强不息)이란 말을 가슴에 새기길 바란다.

-정말 쉼 없이 달려온 38년이다. 조금 후회스럽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 자신을 가꾸는데 소홀히 했다. 책도 보고 전문지식을 좀 더 쌓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일에 쫓겨 시간이 부족했다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아쉽고 후회스럽다.

또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아내(박정숙 씨‧59)에게 늘 미안하다. 아이들과 물놀이 한 번 가지 못했다. 이삿짐도 전부 아내 몫이었다. 결혼 전에는 자상한 아빠를 꿈꿨는데 공직생활을 하다 보니 실천에 옮길 수 없었다.

무덤덤하게 키운 아이들이 잘 자라줘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 큰 아들 정엽이는 전북대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고, 둘째 은준이는 서울대 경영학과 4학년에 다니고 있다.

-1년 간 공로연수 후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퇴직 후 계획은.

농촌에 들어가 텃밭을 가꾸며 유유자적 살고 싶다. 지인 4명과 함께 함라면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즐길 요량이다.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농촌생활이 그리워지고 설레기도 한다.

텃밭에 채소도 기르고,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2~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이런 일이 성격에도 맞아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이다.

-고마운 사람과 후배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장 먼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박봉에도 집안일 걱정 않게끔 가정을 잘 꾸려갔다. 여기까지 온 것은 순전히 아내 덕분이다. 제가 표현을 못하는 성격이라 지금까지 한 번도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그리고 이한수 전 시장님을 잊을 수 없다. 공직생활에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질 위기에 손을 잡아준 고마운 분이다. 주요부서 업무를 맡기고 압력이나 간섭을 일절 하지 않고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줬다.

정헌율 시장님에게도 기대감이 크다. 청렴과 정직, 원칙을 지키며 공직생활을 해온터라 흐트러진 조직을 다잡는데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또 후배와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곁에서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일일이 찾아보고 인사를 올려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익산시 공무원으로 함께 일했던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글‧사진= 우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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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과장 시절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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