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맹추위에 꽃눈 얼어 죽어 꿀 채취 90% 감소

폭염에 벌 수도 줄어 ‘삼중고’… “사료값이라도 지원을”

최병욱 씨가 벌통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다.

5년 전부터 여산면 관연마을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는 최병욱 씨(56). 벌통 200개에서 꿀을 채취하고 있는 그는 양봉업을 한 이래 처음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다.

올해 꿀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무려 10분의 1로 뚝 떨어져 생계마저 막막해졌기 때문.

주 꿀 채취원인 아카시아나무와 밤나무의 꽃눈이 생길 무렵인 지난 4월 초, 아침저녁으로 춥고 3일에 한번 꼴로 비까지 내려 꽃눈 대부분 얼어 죽고, 꽃도 거의 피지 않아 벌들이 꿀을 채취하지 못해서다.

이동양봉도 하며 5월 10일~5월 20일 아카시아꿀, 5월 20일~6월 10일 야생화꿀, 6월 10일~6월 30일 밤꿀을 채취해오던 그는 맥없이 돌아오는 벌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

예년대로라면 이듬해 새 꿀을 채취할 때까지 꿀을 팔아왔지만, 올해는 수확량이 90%나 감소해 이미 다 팔렸다. 저장고는 텅 빈 상태.

그는 “20여 년 만에 찾아온 전국적 큰 재해”라며 “꿀이 귀해졌지만, 생필품이 아니어서 비싸게 팔지도 못하고 예년 가격대로 팔 수 밖에 없었다. 병값, 박스값, 기름값을 제하고 나니 손에 쥔 돈은 한 푼도 없고 오히려 손해 보았다”고 하소연했다.

엎친데 덮쳐 푹푹 찌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벌들이 산란시기임에도 산란을 하지 않는 바람에 벌의 수마저 줄어들어 손해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벌 먹이 값도 만만치 않다. 벌 사료인 설탕은 내년 꿀을 채취하기 전인 4월까지 360만 원정도 필요하고, 유충 먹이인 수입꽃가루(화분)는 600만 원 정도가 들어가야 한다.

기온 악화로 꿀 수확량이 대폭 감소해 손해를 본데다 벌의 수마저 주는 반면 벌 사료값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그는 “익산지역 모든 양봉농가가 저와 같은 처지다. 이대로 가다간 도산하는 양봉농가가 속출할 것”이라며 “익산시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익산시양봉협회장인 그는 140여 명 익산지역 양봉농가를 대표해 지난 17일 정헌율 시장을 만나 사료값만이라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고, 올 9월 추경에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는 “익산은 전북에서 양봉농가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행정에서 무관심했고, 지원도 없었다. 다행히 3년 전 정헌율 시장 취임 후 관심과 지원이 시작돼 양봉농가들이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로 양봉농가들이 생계에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며 “사료값이라도 충당할 수 있도록 익산시와 시의회가 올 추경에 지원예산을 꼭 세워주시길 희망한다”고 간청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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