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엔 일반마트에서 볼 수 없는 별별 가지 물건이 참 많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별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시장 곳곳에 살고 있다.

인화동 구시장에는 ‘낮엔 중화요리사, 밤엔 가수’로 하루에 두 가지 인생을 사는 숨은 명물이 있다.

바로 ‘노래하는 중국집 사장님’ 김복수 씨(66)다. 그는 인화동 구시장에서 유일한 중국집 ‘그린반점’의 대표이자 주방장. 무려 50여년을 짜장면 만들며 살아온 베테랑 중화요리사다.

매일 신동 집에서 구시장으로 출근하는 그는 영업이 끝난 오후엔 요리사복장을 벗고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그가 향하는 곳은 허영근약국 옆 공중전화박스 앞 건물 지하에 있는 ‘열린음악실.’ 이곳에서 마이크 잡고 노래 부르는 시간은 어엿한 가수다.

10여 년간 노래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사는 그는 예명 ‘대현’으로 활동하는 ‘트로트 가수’다.

6일엔 생애 첫 음반을 낸다. 정말로 작사가와 김호식 작곡가가 만든 빠른 템포의 트로트곡 ‘내가 뜬다’를 공식 취입한다.

그는 “10년 넘게 남의 노래만 따라 부르다가 처음 내 곡을 부르게 돼 감격스럽다. 이제 진짜 가수가 된 기분”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14살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안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초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중국집에서 철가방을 들었다.

이후 그릇 닦고 면 건지는 ‘싸완’, 그리고 수타면 뽑는 ‘라면’ 자리를 거쳐 ‘주방장’에 올랐다. 철가방에서 주방장까지 되는데 실로 10년이 넘게 걸렸다.

익산에서 서울, 분당, 성남, 수원 등지를 돌며 요리기술을 연마한 후 남중동과 신동에서 중국집을 했던 그는 잠시 주방을 떠나 ‘원룸’ 세를 놓고 살았다.

별 낙이 없던 그는 3년 전 구시장에서 친구가 하던 그린반점을 인수해 중화요리사로 돌아왔다.

배달 않고 짜장, 우동, 짬뽕을 3천 원에 팔아 단골이 많다. ‘싸고 맛있다’고 입소문 나 상인이나 장보러 온 시민들은 물론 인근 전주, 군산 등지에서도 찾고 있다.

10여 년 전 원룸 세를 놓고 살던 때 후배 따라 함열 익산예우회 음악실을 다니며 노래를 부른 그는 5년 전 대한가수협회 소속 정식 가수가 됐다.

비록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무명가수지만,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노래를 부르면 기쁨의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인기스타다.

지난 4월 생애 첫 타이틀곡 ‘내가 뜬다’를 받고 뛸 듯이 좋아한 그는 ‘뜬다, 뜬다, 내가 뜬다, 이렇게 좋은 날, 돌아올 줄 몰랐네’ 노랫말처럼 모든 사람이 ‘쨍하고 해뜰 날’을 고대하며 희망을 품고 살 길 바라고 있다.

지난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도 더운 주방에서 짜장면을 만들며 구슬땀을 흘렸던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힘든 날의 연속이지만, 그때마다 노래는 내 삶의 위안이다. 지금도 노래만 부르면 피로가 싹 풀리고 힘이 펄펄 솟는다. 동료가수들과 어울려 재미도 있다. 열심히 짜장면 만들고 노래하며 살겠다”고 미소 지었다.

그린반점 주소 익산시 인화동1가 132-8, 전화 063-842-4488.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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