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의상 디자이너에서 2년 전 지역 일꾼으로 변신한 ‘팔방미인’

20여 명 청년들과 송학동 항가메마을 사업･익산문화터미널 조성 등 구슬땀

서울 청담동에서 잘 나가던 29살 의상디자이너가 친구들과 약속한 ‘꿈’을 이루기 위해 당차게 사직서를 내고 익산에 내려왔다. 그 주인공은 익산청년드림협동조합 박상린 이사장(31)이다.

그는 원광대학교를 다니던 2013년 미술, 설계, 공연, 디자인을 전공하는 형, 동생, 친구들과 ‘JSL’이라는 청년단체를 결성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원광대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했지만 무자본의 한계를 느껴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자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3년 정도 열심히 일해서 1억 원을 모아 우리의 꿈을 이루자고 약속했다. 일에 몰두하면서도 늘 가슴 한편에 이 약속이 맴돌아 28살부터 퇴직을 준비했다”며 “친구들 역시 다들 기억하고 다시 모이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장학천(미술), CDP 팀(버스킹, 연극 공연), 김종규(설계), 최홍식(커피), 이상근 씨(커피)와 함께 2016년 청년드림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조합비를 받지 않아 조합원은 없다. 직원 9명과 원광대 버스킹 동아리, 심리상담 동아리 등 20여 명의 청년활동가들이 협동조합과 함께하고 있다.

그는 신동에 카페 ‘미술관’ 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역 일에 나섰다. 지역 작가 전시, 다채로운 행사 개최 등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힘썼다.

또 익산문화재단 무지개다리사업에 참여해 네팔 이주노동자와 축구동아리를 결성, 청년 간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들과 함께 ‘나만의 레시피’로 커피를 만들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엮어 자서전을 내는 ‘세대공감 사업’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익산문화터미널 조성 사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를 맡아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도 있다. 송학동 항가메마을 조명사업이다. 20여 가구가 사는 항가메마을은 인적이 드물고 가로등이 부족해 주민들이 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우연히 마을의 문제를 알게 된 그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항가메를 조명하다’라는 사업을 진행했다. 부식이 덜 되는 돌가루를 이용해 벽화를 그리고 태양열등으로 골목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했던 작업은 우리가 원한 벽화작업이었다. 2차, 3차 작업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 그 매개체는 조명이다. 주민들이 애착을 갖는 마을이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며 “더불어 남녀가 분리돼 운영 중인 경로당도 리모델링해 공연과 전시가 이뤄지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통영 동피랑마을처럼 마을 스토리를 활용해 도시재생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청년드림협동조합의 목표다.

또한 원광대 시각디자인과 학생들과 협업해 익산 축제를 심볼화 시켜 ‘굿즈(Goods)’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청년이 주체적인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이 되고자 한다. 정당한 대가가 뒤따르는 사업, 청년이 소모되지 않는 사업을 하고 싶다”면서 “익산의 발전을 위해 젊은이들이 좀 더 열심히 힘을 보태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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