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명 회원 365일 점심·저녁 ‘동거동락’ 한 가족 같은 사이

2층 경로당 이용 엘리베이터 설치 화장실 개선 공사 소원

“경로당에서 생활하는 게 좋으시나요?”

“그럼, 자식보다 낫지.”

취재진의 질문에 한 할머니가 소리 높여 대답하자 옆에 있던 할머니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라고 맞장구쳤다.

할머니들이 자식보다 낫다고 말한 대상은 ‘경로당’. 하지만 장소가 아닌 할머니들 서로에게 던지는 가족애 같은 끈끈한 정에 대한 깊고도 짧은 표현이었다.

지난 23일 찾은 ‘목천동 원주아파트 경로당(회장 최옥순).’ 10평 남짓 자그마한 경로당 안에서는 할머니 10여 명이 빙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목천동 목상리가 토박이인 최옥순 회장은 “원주아파트가 지어진 지 23년 동안 경로당 회원들은 매일 가족처럼 지내는 이웃사촌”이라고 소개했다.

맏언니인 98세 이은선 회원부터 막내인 73세 박정숙 회원까지 31명 회원 모두 한 가족과 같은 사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원주아파트 경로당 회원들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똑같다. 아침밥을 집에서 먹고 난 후 곧장 경로당으로 향한다.

매일 마주하는 얼굴들이지만, 날마다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이기에 볼 때마다 더욱 반갑다.

부지런하고 몸 움직임이 좋은 회원들은 일찍 나와 청소부터 한다. 그 중 맨 먼저 나와 구석구석 먼지를 털며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청소대장은 박서운 총무다.

안그만 회원(86)은 경로당의 분위기메이커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원주아파트 경로당엔 ‘특별회원’도 있다. 이영순 회원(76)이 기르는 치아와 암컷 2마리 이슬이(9), 복실이(10)다. 회원들은 매일 경로당에 나와 꼬리치며 재롱을 부리는 귀염둥이들을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원주아파트 경로당 회원들은 한솥밥 먹은 지 오래다. 아침을 제외하곤 점심과 저녁밥은 같이 지어 먹는다. 집에서 담근 김치 등 반찬이나 쌀을 가져와 나눠 먹는다.

아들, 며느리보다 경로당이 좋다고 말하면서도 간간히 자식 자랑할 때도 있다. 아들, 딸 내외가 사왔다며 커다란 김 박스나 과일 등을 내놓기도 한다.

간혹 들어오는 ‘소일거리’는 경로당 공통경비로 쓰는 수입원이다. 근처 농업회사에서 깐 마늘을 다듬거나 호박 껍질을 벗기는 등의 일감을 맡기는데 여럿이 둘러앉아 일하다보면 시간도 잘 가고 재미도 있다. 수고비로 받은 돈은 고작 1만 원정도지만, 반찬거리도 사서 해먹는 소중한 돈이다.

회원들은 남부러울 게 하나 없지만, 바라는 게 딱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다리 불편한 회원들도 경로당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는 것. 현재 경로당이 아파트 관리실 위 2층에 있어 다리가 불편한 회원들은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지 못해 경로당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화장실의 물 빠짐이 좋지 않아 여름엔 씻기도 힘들고, 청소도 어렵기 때문에 개선공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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