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경 소극장 아르케 객원연출

얼마 전 소극장에 특별한 관객들이 찾아 왔다. 우리 아이들을 책임지는 보육교사들이었다. 익산시청 여성보육과의 육아지원센터에서 진행한 보육교사 힐링 프로그램이었다. 이틀에 걸쳐서 특별히 익산 시청에서 운영되는 이번 기획은 보육교사들이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취지 아래 진행된 사업의 하나였다. 이틀에 걸쳐서 익산 지역에 있는 국·공립 유치원과 민간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는 약 200명 이상의 보육교사들이 힐링을 위해서 연극 공연을 보게 된 것이다. 낭독극으로 진행된 ‘할머니의 레시피’를 배우들의 감정에 따라 웃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진지하게 관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분들은 행복할까?’

요즘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뉴스가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에 대한 부분이다. 그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모든 보육교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닌데……. 맞다. 아이들을 대하는 모든 보육교사들이 ‘학대’에 관여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뉴스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제 10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인간에게는 누구나 최소한 인간적인 고통이 없는 상태 내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린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법 조차도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기에 누군가가 나에게 행복을 주어야만 한다고 말이다.

오랜 시간 연극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행복’은 내가 살아온, 겪어 온 모든 일 喜怒哀樂(희노애락)을 통해서 나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만들어 진다는 것을 말이다. 이런 모든 과정 없이 주어지는 행복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할머니의 레시피’에는 다양한 상황이 나온다. 변소에 빠진 손녀, 똥떡을 만들어 주는 할머니, 할머니와 싸워서 집 나간 손녀, 그리고 자신이 만든 레시피를 손녀에게 선물하고 돌아가신 할머니……. 아마 연극 공연을 본 보육교사들도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어떤 상황은 힘들어서 죽겠다 싶을 정도로, 어떤 상황은 그만 둘까 싶을 정도로……. 그럴 때마다 할머니의 마지막 편지에 써 있었던 것처럼 이렇게 되뇌어 보면 어떨까?

“참말로 고맙대이…. 사랑한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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