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숲 속 그림같은 호수 ‘송정제’

1945년 농업용 수리시설로 건립…10여 년 전 생태공원으로 탈바꿈

아파트와 어우러진 풍경 감탄사 절로…삶에 찌든 주민의 오아시스

콘크리트 숲 사이에 살포시 자리 잡고 있는 자그마한 저수지. 아니 널따란 정원 속 호수에 더 가깝다.

아침엔 하얀 물안개가 피어나고, 오후엔 햇빛이 비쳐 아름다운 비늘이 춤을 춘다.

석양이 내릴 때면 붉게 타올라 거대한 불바다를 이룬다.

호수 가를 따라 가족과 함께 산책로를 거닐고 나면 하루의 피로가 눈 녹 듯 녹아 온몸이 건강하다. 행복 바이러스가 절로 샘솟는다.

눈 내린 설경과 아파트와 어우러진 풍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파트 불빛이 켜지면 그 또한 아름답다.

부송동 '송정제(松井堤)' 이야기다.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송정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익산의 역사와 문화' 글을 접하고 나서다.

만경강의 근대적 수리시설이 만들어 지기 전 익산의 여러 구릉지 사이에는 많은 저수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현동의 금곡지, 관설제, 대덕이 방죽을 비롯해 마동의 시녀지, 송내제, 용골방죽, 신동의 소신제, 영등동의 약촌제 등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현재는 유일하게 부송동의 송정제가 우리 곁을 오롯이 지키고 있다.

송정제는 용수를 공습하지 않아도 지표에서 물이 솟아오른다.

그래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속에서도 연꽃을 피우고 잉어와 수서곤충, 생물이 살 수 있다.

송정제는 1945년 주변의 논에 물을 대주기 위해 만들어진 농업용 수리시설이다.

산업도로가 확장되기 전에는 제법 큰 저수지였지만, 현재는 산업도로 개설로 두 개로 나뉘어 일부만 남아 있다.

수질이 양호한 곳에서 서식한다는 황빠가사리를 비롯해 송사리, 붕어, 자라, 맹꽁이, 새우, 가물치 등 많은 수생생물이 서식한다.

부송동 토박이 한상훈 씨(72)는 "송정제는 빗물이나 주변 하수가 모여 형성된 지저분한 저수지가 절대 아니다. 저수지 바닥에서 매일 지하수가 솟아나는 자연형 연못“이라며 "어렸을 때 친구들과 낚시도 하고 멱을 감던 추억의 장소”라고 말했다.

한 씨는 "도시가 팽창하면서 개발로 인해 많은 동산과 소류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면서 "송정제가 유일하게 남아 아름다운 주민 친화공원과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이 또한 즐겁기 그지없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심해 새우보다 송정제에 있는 홍련(紅蓮), 잉어, 자라가 우리에겐 친근하고 더 소중하다.

익산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익산의 미래를 변화시킨다.

/김훈‧김은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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