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심곡사 회주 화평스님

올해는 기해년(己亥年) 돼지의 해입니다. 이번의 己亥年 돼지띠는, 보통의 돼지띠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습니다. 己亥年의 한자 ‘己’는 노란색을 의미합니다.

즉 노란색 중 부유함을 상징하는 황금은 유사 이래 인류가 늘 탐하는 재물이었으며 돼지는 예로부터 복과 재물을 상징하는 동물이었습니다.

따라서 황금+돼지의 상징이 겹치는 올해를 황금돼지띠의 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에게 돼지는 ‘복(福)’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동양에서는 돼지는 희생정신의 동물이기도 합니다.

돼지는 인간에게 중요한 육식 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돼지는 고통을 참는 끈기의 동물로도 생각합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인욕과 반야지혜가 필요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역경을 기회로 만듭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제 사정이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합니다.

내수 침체, 청년실업, 주택문제, 고령화 등 우리 경제가 온갖 악재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와 같이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 국가에도 항상 문제는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고통을 유발합니다. 우리의 현실이 어려우므로 더욱 정신을 차려서 현실을 직시하고, 나의 삶과 나라의 경제가 어떤 까닭에 의해서인지 진단해보는 기회를 가지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길러야 합니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娑婆世界)라고 부릅니다. 사바세계는 본래 고통의 세상이므로 참고 살아야 한다는 뜻인 ‘인토(忍土)’라고 번역됩니다.

힘들고 고통스런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잘 참고 견뎌야 합니다. 그래서 고통의 바다〔人生苦海〕를 무사히 건너서 저 피안(彼岸)의 세계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자칫 방심하거나 무리하면 침몰하여 영영 고해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마는 것입니다.

‘육바라밀경’에 의하면 “인욕은 만복의 근원이다”라고 했습니다. 인욕이야말로 가장 강한 힘이요, 훌륭한 수행이며 성공의 어머니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간지나 인터넷으로 ‘오늘의 운수’를 보면서 하루를 점칩니다.

하지만 길일(吉日), 흉일(凶日)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길이이라도 악(惡)을 행하면 반드시 흉하고 흉일이라도 선(善)을 행하면 반드시 길할 것입니다. 인간사 길흉이란 사람의 마음과 행위에 달린 것이지 날이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슬픔과 분노 행복과 불행은 지난날 잘못 된 삶과 업(業) 때문입니다. 업에 얽매여서 새로운 고통과 악업을 재생산해 내기 때문입니다. 바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어려울수록 나보다도 더 어려운 이웃을 챙겨주는 여유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연기 공동체입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나보다 더 고통 받고 있는 이웃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여유를 갖고 삽시다.

서로 이해하고 화합해서 마음이나마 상처받지 말고 편안하고 부자가 되는 삶을 살아갑시다.

집착하는 마음은 고통을 만들어 냅니다. 나를 슬프게 하는 일도 기쁘게 하는 일도 내 마음이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해의 묵은 업장, 고정관념, 이기적인 고집 등을 훌훌 털고 신선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여 날마다 좋은 날이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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