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정든 중국집 접은 사장의 사연

배달 앱 '철가방' 광고. 기사와 무관

“저는 떠났지만, 우리 식당은 계속 이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등동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중국집을 15년 간 운영했던 A씨가 얼마 전 사업을 접었다. A씨가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중국집을 떠난 이유는 바로 ‘적자 누적’ 때문.

한때는 남부럽지 않게 운영했지만, 2년 전부터 수익이 급격하게 줄더니 올해는 적자가 계속돼 전 재산과도 같은 중국집을 주방장에게 물려주고 쓸쓸히 음식업계를 퇴장했다.

A씨는 “중국집이나 치킨, 피자, 족발 등 배달음식사업을 하는 사람 대부분 저와 같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먼저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인건비가 껑충 뛰었다. 재료비 또한 많이 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음식 값을 맘대로 올릴 수도 없다.

A씨는 “중화요리가 보통 5천 원에서 8천 원 정도 하는 서민음식인데, 얼마나 올릴 수 있겠느냐”고 한숨 쉬었다.

스마트폰을 통한 ‘배달 앱’의 등장도 배달음식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손님이 앱을 통해 배달음식을 주문하면 수수료를 적게는 3.3%에서 많게는 12.5%까지 떼어가 수익이 많지 않다. 요즘 배달 앱에 등록 안 하면 살아남기 힘드니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할 수밖에 없다.

A씨는 “배달음식업의 생태계가 무너졌다. 예전엔 전단지를 뿌려서 장사를 했는데, 배달 앱이 잠식해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다”고 푸념했다.

요즘 배달은 간편한 ‘퀵서비스’를 주로 이용하지만, 이마저도 요금이 대폭 올랐다. 1년 전만해도 시내지역 배달이 2천500원하던 것이 4천 원으로 뛰었다. 퀵서비스업계는 10년 만에 올린 것이라지만, 배달음식업계는 죽을 맛이다.

치킨이나 피자, 족발집의 경우는 손님이 직접 가게를 방문해 음식을 포장해가면 2천500원을 깎아주는 곳도 생겨났다.

A씨는 “퀵서비스 요금이 올라 점심 땐 배달료만 평균 5만 원 정도가 나갔다”며 “배달음식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자기 건물에 자기가 요리하고, 배달하거나 가족들이 같이 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음식사업은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사업장은 늘어나는 추세다.

익산시의 배달음식업소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월 기준 치킨집 121개, 중국집 147개, 피자집 32개, 족발집 43개에서 2019년 1월 기준 치킨집 130개, 중국집 152개, 피자집 36개, 족발집 45개로 증가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