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 전 익산문화관광재단 팀장

’테세우스의 역설‘복원된 미륵사지 석탑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테세우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가 타고 돌아온 배를 천 년 간 보존하면서, 부식된 노와 널빤지를 떼어내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해야 했다. 이때 “배의 모든 부분이 교체되었더라도 그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라는 역설은 철학자들 사이의 유명하다.

해체 복원이라는 파격적인 복원을 시도했던 국보 11호 미륵사지 석탑이 23일 완전 공개되었다.  

지난 1998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일제강점기에 덧씌운 콘크리트가 노후화되고,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1999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체, 수리하기로 결정되었다. 이후 2001년부터 본격적인 석탑 해체조사에 착수해 2017년까지 원래 남아있었던 6층까지 수리를 완료되었다. 그리고 가설시설물 철거와 함께 20년 만에 완전한 모습이 공개되었다. 일제 강점기 때 흉물스럽게 발라져 있던 시멘트를 걷어내고 붕괴 위험이 있던 석탑을 해체하고 원형 복원이 아닌 해체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였다.

그토록 오랜 세월 기다려왔던 미륵사지 석탑이건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씁쓸하다. ‘상하부 내부를 다른 형태로 축석하고 구조 안정성 검토도 안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니 국보 11호를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사전 검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관성 없이 축석했고, 그래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탑의 상하부 내부 형태가 애초의 원형과 달리 층별로 달라졌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 결과이다. 이 감사원 발표는 미륵사지 석탑 완전 공개를 이틀 앞둔 시점에 나와 잔칫상을 앞두고 찬물이 끼얹은 꼴이 되었다.

참으로 긴 기다림이었고, 어떤 모습으로 공개될까 기대가 컸던 미륵사지 석탑 해체 복원 사업이었다. 그러나 1,400여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왔던 미륵사지 석탑. 왠지 익숙한 모습 속에서 낯설음이 묻어 나오는 것은 기우일까?

’이 탑은 여전히 미륵사지 석탑인가?‘

철학자들 사이의 논쟁인 ’테세우스의 역설‘처럼 미륵사지 석탑의 역설이 2019년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 오랫동안 논쟁거리로 남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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