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웅포초 김영술 교장(56)은 제성교회 목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교회 노인대학에서 한글해득교육을 받은 할머니 2명을 입학시켜달라는 부탁이었다.

고령자 입학문의를 난생 처음 받은 김 교장은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주민등록등본 등 간단한 서류만 제출하면 입학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할머니들을 받아주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1학년 담임을 맡은 정자영 교사(45)가 흔쾌히 수락해 입학을 결정했다.

입학식은 교육과정설명회가 열린 20일에 진행했다. 김 교장은 늦깎이 초등학생이 된 두 할머니에게 책가방과 연필, 지우개, 필통, 크레파스를 선물했다.

이렇게 해서 웅포초 1학년 학생은 현재 4명. 먼저 입학한 8살 이수연·이효성 양과 할머니 학생 김옥순(83)·박순덕(65) 씨다.

두 할머니가 입학한지 일주일 여. 같은 교실에서 증손녀뻘 되는 어린이들과 함께 며느리뻘 되는 선생님에게 수업 받는 게 어색할 법도 하지만, 이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두 할머니는 젊어지고, 어린이들은 더욱 밝아진 분위기다.

특히 여느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나이를 초월한 배움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선생님이 시키지 않아도 학생 서로가 가르치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세대 공감하는 생생한 교육이 열리고 있다.

할머니들은 어린이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평생 호미 잡던 손에 연필 잡는 법을 익히고, 학교 규칙 등도 배우고 있다.

어린이들은 할머니들로부터 청소하는 법 등 생활지식을 배운다. 무엇보다 예의범절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꼭 고개 숙여 “안녕히 가시라”고 배꼽인사를 한다.

정자영 교사는 “어린이들의 발표력이 좋아졌다. 예전엔 서로 쑥스러워 앞에 나서기를 꺼려했는데, 할머니들이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니 더욱 잘하려고 손들고 앞에 나선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할머니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참 신기하다. 어릴 때 가난해서 배우지 못한 할머니들이 공부하려고 학교 오는 게 대단하다며 오히려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들은 손자손녀들의 행동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어린이들과 같이 공부하다 보니 예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형이상학적인 그림을 그리는 행동 등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했다.

김옥순 할머니는 손자가 웅포초 5학년 김우빈 학생이다. 엄밀히 말하면 손자가 초등학교 선배인 셈이다. 김우빈 군은 “할머니를 언제든지 볼 수 있어서 정말 좋다”며 방긋 웃었다.

웅포초에서 두 할머니의 호칭은 ‘옥순님’과 ‘순덕님’이다. 두 할머니가 이름 뒤에 ‘님’자만 붙여 불러달라고 해서 정했다.

제성리 하제마을 이웃인 두 할머니는 매일 아침 8시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한다. 건강과 여건이 허락하면 중학교도 입학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웅북초 출신인 김영술 교장은 “고향 어르신들의 배움의 열정이 존경스럽다. 두 분 덕분에 30명 전교생의 면학 분위기도 좋아지고, 학생들의 표정도 밝아졌다”고 미소 지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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