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성장포럼 대표

‘재능기부 행정사’를 시작한 지 어언 1년. 억울한 일을 상담하다 보니 시기별로 일정한 패턴이 있음을 알게 됐다. 요즘은 학교폭력과 지역주택조합 관련 문의들이 많다. 학교폭력은 신학기라 그렇다 치더라도 지역주택조합은 우리가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송도에서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를 차려놓고 허위 광고로 조합원 234명을 모집해 60억 원을 가로챈 부동산 개발업자가 지난해 경찰에 구속됐다. 파주시도 최근 광주의 지역주택조합 업무대행사 대표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함에 따라 지역주택조합 투자사기 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가입 후 조합 측에 탈퇴를 요구했으나 탈퇴가 되지 않아 하소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5일 군산시 조촌동 정수장 앞에서 90여 명의 동군산지역주택 조합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조합의 주택건설 사업이 무산 위기에 있으며 출자금을 모두 잃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우리 익산에서도 최근 팔봉주택조합이 사업을 포기해 해산했으며, 모현주택조합은 수백 명의 피해자가 발생해 현재 청산절차를 밟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지역주택조합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1980년도에 도입됐다. 무주택자들이 자발적으로 조합을 결성해 토지를 매입하고 사업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하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서민 맞춤형제도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토지 매입 단계에서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설립인가 된 조합 중 실제 입주까지 성공한 조합은 약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3월 7일 발표한 업무계획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의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지만 일각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가장 문제가 되는 불투명한 자금집행 문제는 관련 규정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잘못된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탈퇴하려면 첫째, 가입계약의 주체가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조합인지, 인가 전 ‘추진위원회’단계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계약의 취소나 해제를 통해 납입금 반환을 받는 게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둘째, 가입 당시 주택법 시행령에서 정한 지역주택조합의 가입 조건 충족 여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로 업무대행사의 설명을 듣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게 될 때 가입 조건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주택법 시행령 제21조에 의한 거주요건, 세대주요건, 무주택요건 또는 주택 규모 요건 등이 충족되어야 하고 이는 법정기간 동안 유지돼야 한다.

셋째, 토지 확보율의 기망이나 동·호수 지정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토지 확보율 95% 이상이 돼야 이뤄지며, 토지 확보율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이에 대한 기망이 있었다면 사기로 인한 계약의 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로열층 배정 등을 약속하며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계약 불이행으로 가입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있다.

결국 묻지마 투자식의 지역주택조합 투자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조합 가입 전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내가 가입한 조합이 다른 지역주택조합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장단점을 계약자 스스로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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