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장

제가 근무하고 있는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의 입구에는 찔레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이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주변 환경과 쉬이 어울리지 못하고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가까이하면 찔릴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어르신과 동료가 보기에 좋지 않다며 잘라내자고 의견을 내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앞으로 찔레나무에 돋아날 무성한 잎과 아름다운 꽃을 함께 떠올려 보자고 말하며 나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저도 모르는 사이에 큰 가지가 잘려나가 가슴 아픈 적도 있었지만, 다시 소생하는 나무를 바라보며 생명이 가지고 있는 고귀한 가치와 그 나무만이 가지고 있는 쓸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설득의 긴 과정 속에서 찔레나무는 아직까지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주위에서 이러한 찔레나무와 같은 사례를 접하기 쉽습니다. 각자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동일한 것도 어떤 이에게는 소중하게 여겨지고, 어떤 이에게는 의미 없이 버려지곤 합니다.

이 관점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소위 말하는 성공한 인생을 살면서 사회에 헌신하는 사람들만이 세상에 필요하고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쉽고, 역경 속에서 수십 번 쓰러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 몸 유지하기 어려운 이가 실패자로 쉽게 낙인찍히곤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평생 살아오면서 느껴온 바로는 우리가 감히 한 사람의 약자에게라도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인생이라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에는 각각의 특별한 가치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쓸모 없다고 베어지는 찔레나무도 꽃을 피웠던 시절이 있었으며, 앞으로 꽃을 피울 날이 남아있는 것처럼...

단지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앞으로 써내려 갈 미래의 꿈까지 우리 모두가 가지는 것들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값진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저마다의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엔 찔레나무도 단순히 꽃을 피우는 것을 넘어서 당뇨나 불면증, 건망증 개선 등의 약재로 많이 사용되는 쓸모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찔레나무의 필요에 대해 설명하고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다가 알게 된 사실입니다.

대상에 대해 배척하는 태도가 아니라 더욱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온전한 가치와 쓸모가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절대 함께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개인이 가진 고유한 특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건강한 사회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저는 사회적 약자도 인정받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도 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있습니다. 사회에 도움이 덜 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절대 그 말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 나의 옆에 배려가 필요한 사람이 보인다면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고, 이들의 필요를 생생한 목소리로 직접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개인의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모두 함께 살아가는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더불어 사는 지역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소망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는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것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남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입니다. 내가 조금 더 잘 산다고 독선적으로 행동한다면 그것은 결국 혼자 사는 세상과 다를 바 없습니다. 혼자 사는 세상은 처음에는 행복하다 느껴도 마지막에는 공허감만이 가득할 것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웃과 소통하며 함께 기뻐하고 아픈 부분을 서로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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