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들 대부분 부모가 운영하는 농장 이어 받기위해 학교수업 받아

소 2마리 키울 수 있는 면적서 어떻게 소득 올리는지 질문 꼬리 물어

체계적인 교육과정 통해 농업인이 전문 직종 자리매김하도록 길잡이 역할

‘농민자격증’있어야 농민이라고 할 수 있어…수입 50% 농업서 나와야

스위스 농업분야 평생교육기관 인포라마를 탐방하고 있다.

김훈 애벌레농장 대표

유럽 연수과정에서 만난 농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몸은 피곤하지만 농촌을 지키고 시민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자부심이 높았다.

독일의 농업 정책 목표는 농업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고 문화경관을 유지 보전하는 것이다.

농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신뢰를 유지하고, 농민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지원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농업 직업학교. 이번에 둘러본 나라인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는 특이한 직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공립 직업학교는 교육과정의 1/3은 직업교육의 기초적인 기술을 학교에서 배우고, 2/3는 직접 현장에서 실제 실기교육을 하게 된다.

농업관련 직업학교도 농업에 관련된 모든 실습은 농장에서 하며, 농장주에게 농업 경영 전반적인 내용을 직접 배운다.

농업 직업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부모가 운영하는 농장을 이어 받으려 수업을 받는 경우가 많고, 일부는 이어 받을 자녀가 없어 가업승계를 할 수 없는 농장에서 새롭게 농업을 시작 하려는 학생들이다.

'농민자격증'이 있어야 농민이 될 수 있다

독일에서 농민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수입의 50%이상이 농업에서 나와야 하고 노동시간도 50%이상 농업에 종사해야 된다.

“‘농민자격증’이 있어야 농민이라 할 수 있다”고 황석중 박사가 바이에른주 켐텐 직업학교로 이동하면서 설명했다.

켐텐 농업직업학교(Staatliche Berufsschule Kempten)

이곳은 국가 소속의 공립학교로 농업직업고등학교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론 교육과 마이스터 농장에서 실무교육을 병행하는 듀얼시스템(Dualsystem)으로 농민이 탄생한다.

켐텐 농업직업학교는 3년제로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해당한다. 전공분야는 농업, 원예, 플로리스트, 제빵, 제과, 육가공 등 10가지로 세분화돼 있다.

1학년은 1주일 중 4일은 학교수업, 1일은 마이스터 농장에서 실습한다.

2~3학년은 1주일에 1일은 학교수업이고, 4일은 마이스터 농장에서 숙식하며 실습한다.

학교와 마이스터 농장에서 이론과 실습교육을 전문적으로 보강하기 위한 듀얼교육으로 농장 실습중심의 교육 (Ueberbetriebliche Ausbildung)을 시행하고 있다.

추가로 주립 또는 국공립 전문농업연구기관에서 숙식하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물분야는 1주일, 축산분야는 2주일 동안 매년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켐텐농업직업학교 강의장의 학생들이 호기심과 신기한 표정으로 우리 연수단을 반겨 주었다.

교장선생님이 학교의 교과과정을 설명하고 이어 3명의 학생들이 직업학교를 선택한 이유와 각 집안의 농업규모, 미래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학생들의 농업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과 체계적인 계획이 놀라웠다.

특히 기억에 남은 학생이 있다. 부모님이 농업을 하지는 않지만 자기는 자연 환경 속에서 농업이 좋아서 진학을 했으며 졸업 후 은퇴한 농가나 승계를 할 수 없는 농가에 취업해 미래에는 인수하고 싶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다.

학생들에게 우리 연수단에 질문 할 시간을 가졌는데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한국의 농업 규모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농가 평균 1.5ha(4천500평)”이라고 하니 놀라면서 독일에서는 소 2마리정도 키울 수 있는 면적에서 어떻게 소득을 올리는지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학교는 유리온실, 축산물 가공실, 목공실, 제과실습실, 농기계 수리 교육장 등을 갖추고 있어 이론과 실습이 병행하는 교육이 가능했다.

농업환경이 다르지만 농업에 대한 열정만은 나이와 국가를 초월한다는 공통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2017년 '우리 마을에는 미래가 있다'는 독일 마을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발트를 방문 했다.

인구 1천200명 발트 지방자치단체(Gemeinde Wald)

독일 바이에른주 알고이 지역은 작은 마을, 발트는 21개의 마을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면 단위 지방자치단체로 인구는 1천200여명 정도다.

마을 중앙에 있는 커뮤니티센터에서 요한나 푸어쉬케(Johanna Purschke) 면장이 연수단을 반겨주었다.

커뮤니티센터(Wald Hall)에는 대강당과 스포츠시설, 조리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마을주민들이 20여개 클럽에 회원으로 가입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시설관리는 자원봉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성니콜라스교회, 스키리조트, 하이킹 및 야외수영장 등 휴양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농촌관광과 농업이 가장 큰 산업이다.

인구가 우리 익산시의 면단위 지역과 비슷해 푸어쉬케 면장의 설명을 귀를 세우고 들었다.

마을에는 농기구 창고를 활용한 작고 아담한 박물관이 있다.

1만5천 년 전 맘모스 화석과 조상들이 일상에서 사용한 농기구, 마을의 중요한 기념물 등이 3층 다락까지 빼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80살에 가까운 앱 에드문트(Happ Edmund) 박물관장이 전통의상을 입고 손때가 묻은 아코디언 연주로 먼 나라에서 찾아온 우리 연수단에게 들려주었다.

끝없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우리 할머니처럼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할아버지 박물관장의 연주는 밖으로 이어졌다

공동체가치를 우선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과 전통을 중시하는 마을문화가 발트를 독일 마을 경진대회에서 입상케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산지농업과 유기농업 위주 스위스 농업직업학교

독일에 이어 스위스 농민 교육기관을 방문 했다.

스위스하면 산악지역이라 농업 보다 관광지를 우선 떠오르지만 스위스도 독일 못지않은 체계적 농업 교육기관이 있다.

스위스 농업기술센터와 농업교육 통합기관인 인포라마(INFORAMA).

인포라마는 스위스 농업 분야 평생교육기관으로 1909년에 설립돼 농업교육, 농업정보제공, 농촌지도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농업교육기관과 지자체에 있는 농업기술센터가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 분야는 크게 농업, 가정경제, 직업기술교육 시험(원예사, 정원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농업학교는 9년제 중등교육(Volkeschule)를 마치고 진학하며,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산지농업과 유기농업을 위주로 교육한다.

농촌가정경영학교는 농촌여성을 대상으로 요리, 원예 등을 교육하며 이론과 실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농이 다수를 차지하는 스위스 농업형태에 맞게 지속 가능한 생산을 중점으로 농장 운영과 생산관련 컨설팅도 하고 있다.

산악지역의 농업 환경에 맞춰 유제품생산과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다원적 농업 정책의 목표가 인상적이다.

또한 시민들에게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꾸준히 홍보하는 활동을 통해 농업에 지원되는 직불금에 대한 갈등을 예방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 농업교육기관을 방문하며 느낀 점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한 농민양성으로 농업인이 전문 직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주에는 독일 클라인 가르텐(Klein Garten)과 봐이어 포주마을 이야기가 이어진다.

/김훈 시민기자

스위스 농업분야 평생교육기관 인포라마의 교장이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스위스 농업분야 교육기관 '인포라마'

인포라마 원예실습장

독일 켐텐 농업직업학교 강의장.

켐텐 실습장

독일 켐텐 농업직업학교 원예실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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