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다 더 바쁘게 사는 시골마을 이장이 있다. 30세대가 사는 작은 농촌 망성면 어량리 하발마을 김원겸 이장(64)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지인들은 “대통령은 매일 TV에서라도 보지만, 김 이장은 얼굴 한 번 제대로 보려면 미리미리 약속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그는 공식직함만 4개에 사회활동도 많다. 20년 넘게 하발마을 이장을 맡고 있고, 하발마을 떡공장 대표이사, 망성농협 이사, 망성면체육회 총무로 활동 중이다.

망성면 색소폰 동호회 ‘네빛소리’ 회원이기도 하다. 지난 3월엔 늦깎이 대학생이 돼 그야 말로 하루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쓰고 있다.

하발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는 2만5천 평 농사를 짓는 대농이다. 대부분 벼농사이고, 1천200평 비닐하우스에서 수박과 메론, 블루베리를 재배하고 있다.

그의 아침식사는 다른 농부들보다 이르다. 새벽 5시30분에 아침을 먹고 들녘에 나간다. 대개 들에 먼저 나가 잠깐 일하고 아침을 먹는 농부들과 다르게 생활하는 이유는 낮에 농사 말고 따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

아침을 일찍 먹고 오전 10시까지 농사를 마친 그는 본격적으로 마을일을 돌본다. 주민 대다수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다 보니 서류를 떼야 한다든지, 집안에 고장 난 것을 수리하는 일도 모두 그의 몫이다. 하발마을 맥가이버인 셈이다.

다음은 떡공장 출근. 2011년 전북도 향토산업마을 사업으로 지어진 떡공장은 100만 원 이상 출자한 마을 조합원 20명이 운영하고, 인근 주민들도 애용하는 곳이다. 주민이 사업자이면서 소비자인 ‘프로슈머’인 셈이다.

떡은 주민들이 생산한 쌀 등으로 생산하고 있다. 모든 재료는 지역 농산물만 사용해 믿을 수 있다. ‘솔향 가득’ 브랜드로 주문 생산하는 떡은 맛이 고소하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만점이다. 떡공장엔 직원 2명이 일하고 있고, 매일 고춧가루 빻거나 양파즙 짜거나 기름 짜러 오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져 쉴 틈이 없다.

떡공장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그는 매년 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올 연말에는 출자배당을 할 요량이다.

틈틈이 망성농협 이사 일도 보고 있는 그는 오는 10월 3일 열리는 망성면 체육대회 준비로 정신이 없다. 망성면 체육회 총무를 맡아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챙겨야 하니 쉴 겨를이 없다.

지난 3월엔 전주기전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에 입학해 더 바빠졌다. 마을 복지를 제대로 해보겠다며 지난해 수시에 응시해 대학생이 됐다. 일주일에 월·수·토요일 3일 저녁은 전주에 있는 학교에서 ‘주경야독’을 하고 있다.

색소폰도 잘 부는 그는 소선영·김창배·김석태 씨와 함께 ‘네빛소리’ 색소폰 동호회를 결성해 노인복지시설을 돌며 위문공연도 하고 있다.

그는 머리 좋고 손재주도 좋은 다재다능한 팔방미인이다 보니 여기 저기 도와달라는 부탁도 많다. 워낙 인맥 넓은 마당발인데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어서 낮에는 거의 남의 일을 돕고 산다. 저녁 무렵에야 아침에 못한 농사를 밤늦게까지 하는 게 일상이 됐다. 바쁜 농번기철엔 3시간만 자고 들에 나가는 일도 다반사다.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게 즐겁다는 김원겸 이장. 대학 공부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노인복지사업을 해볼 생각이다.

하발마을 떡공장에서 만든 '솔향 가득' 떡은 모든 재료가 지역농산물이어서 더욱 맛있고 고소하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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