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중성화 수술 완료… “내 몸 치료보다 아이들 치료가 우선이죠”

고경애 소장과 폐가 안 좋아 자가호흡이 어려운 아들이.

키울 때는 ‘우리 아기’, 버릴 때는 ‘나 몰라라’.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전국 350여 개의 보호소에는 안락사를 기다려야 하는 동물들이 가득하다.

사람에 의해 상처받은 동물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식보다 귀하게 돌보는 이가 있다.

19년 째 신동에서 사설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는 고경애 소장(57)이다.

군산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고 소장은 애견센터를 차리기 위해 연고도 없는 익산에 터를 잡았다. 오랫동안 키우던 10마리의 개와 함께 이사를 한 것.

애견센터 운영은 쉽지 않았다. 주변에서 한두 마리를 맡기더니 어느새 200마리가 넘는 개가 센터 가족이 됐다. 현재는 개 130마리, 고양이 50마리 정도가 고 소장의 돌봄을 받고 있다.

또 개체 수 증가를 막기 위해 모두 중성화 수술을 마쳤다.

고 소장은 “서울의료봉사팀이 와 수컷들을 수술해줬다. 암컷들은 순차적으로 수술시켜 지금은 100% 완료했다”고 말했다.

모아 둔 돈은 어느새 동물들에게 다 쓰고, 생활까지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고 소장은 결국 폐지와 고철을 모아 사료비를 마련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고된 노동은 고 소장의 건강에 무리를 줬다. 허리, 무릎 등 모든 관절이 성한 곳이 없다. 모은 재산도 없어 급기야 2007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매달 54만 원의 지원금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아이들을 위해 사용한다.

고 소장은 “어려서부터 부유하게 자랐다. 사업도 잘돼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됐다”면서 “후회는 없다. 내가 아니었으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후회할 수가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손가락・발가락뼈가 휘고, 걸음조차 제대로 걷기 힘든 상태지만 병원 치료는 사치라고 말하는 고 소장. 재활치료를 받는 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SBS 세상에 이런일이,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 등 방송에 고 소장의 사연이 소개 돼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모이고 있다.

거주하던 공간까지 동물들에게 내줘 철장에서 개들과 함께 잠을 청하던 고 소장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은 컨테이너 박스 한편에 조그마한 공간을 마련해줬다. 이 컨테이너 박스도 아픈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5년 째 고 소장을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 김도연 씨는 “소장님 사연이 알려지면서 후원해주는 분들이 조금 늘었다. 정말 유기동물을 애정으로 돌보는 천사다. 깨끗한 보호소를 보면 그 사랑을 알 수 있다"면서 "최근엔 포털사이트에 후원자들을 주축으로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에서 후원금과 후원물품을 받으면 소장님에게 전달한다. 후원금의 투명성을 위해 통장 입출금내역을 전부 공개한다. 아직 따뜻한 세상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요즘 고 소장의 고민은 아이들의 병원비다. 눈 적출수술을 받은 금동이와 새한이, 폐가 안 좋은 아들이 등이 아픈 손가락이다. 고 소장은 사설 보호소여서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병원비 후원은 병원계좌로 받고 있다.

그만큼 욕심 없이, 오롯이 아이들의 건강과 돌봄만을 생각한다.

후원 물품 문의가 올 때면 외부기생충약을 요청한다. 진드기, 옴 등 전염병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고 소장의 벌이로는 도저히 충당할 수 없어서다.

더불어 아픈 아이들에겐 유기농 ANF 사료를 먹인다. 여기에 북어채와 닭을 삶아 영양식도 해준다. 몸이 아파 입맛을 잃은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려는 엄마의 마음이다.

고 소장은 “이 아이들이 죽을 때까지, 내 힘닿을 때까지 우리 아이들과 오순도순 살고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 후원계좌 국민은행 557-21-1087229(고성애), 병원비 후원은 병원계좌로 받는다(문의 ☎010-7939-4428)
- 네이버 카페 https://cafe.naver.com/kkkk4428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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