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비웃듯 성행… 공장 내 주차시설 확충 효과 없어 주민 원성

“오죽하면 시골도로에서 주차단속을 하겠습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이 들어오니 단속을 안 할 수 없고, 또 단속하면 무슨 시골도로에서 ‘딱지(주차위반과태료통지서)’ 끊느냐고 호통을 쳐대니 양쪽에 끼여 죽을 맛입니다.”

익산시 주차단속 공무원이 한적한 시골 낭산면에 있는 하림공장 인근 도로의 불법주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익산 향토기업이자 대기업인 닭고기전문회사 ‘하림’의 직원과 관계자들이 마을길은 물론 농로까지 장악해버려 그야말로 교통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기 때문.

특히 하림공장 옆 천변 왕복 2차선 도로는 불법주차 차량이 수백 미터 줄을 지어 한쪽 차선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애먼 차량들이 교차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시내도로도 아니고, 차량통행이 적은 시골도로까지 익산시가 주차단속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더욱이 경찰과 협의해 강력하게 과태료 딱지까지 끊는 것은 불법주차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시 공무원은 “보통 시내도로 주차단속은 강하게 해도 시골도로는 계도 위주로 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낭산면 하림공장 인근 도로는 불법주차가 너무 심하고, 민원도 들끓어 주차위반딱지를 끊지 않을 수가 없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공무원은 또 “딱지를 끊으면 주차위반 차주에게서 항의전화가 빗발친다. ‘하루 일당 받고 일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딱지 끊으면 우린 뭐 먹고 살라고 하느냐’며 고래고래 고함치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우리도 마음이 아프다. 시골도로라서 계도 위주로 하고 싶지만, 민원이 많은 곳이어서 어쩔 수 없이 과태료 처분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사실 낭산면 하림공장 인근 도로의 불법주차 문제는 어제오늘 일어난 일이 아니다. 수년 전부터 주변마을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다.

처음엔 익산시도 계도로 마무리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1월부턴 하림이 공장 증축공사를 진행하면서 주차장이 부족해져 생긴 일이었기에 주변마을 주민들도 싫지만 참아 넘겼다.

지난해 8월 하림관계자는 <익산열린신문>을 방문해 “공장 증축으로 인한 주차문제로 주민들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공장 출퇴근 셔틀버스를 27대로 증편 운영하고, 공장 증축과 함께 주차타워도 설치해 491대 주차공간을 확보하겠다”며 “이렇게 하면 교통 혼잡을 상당히 해소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하림의 계획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시늉만 낸 꼴이 됐다. 지난해 9월 공장 증축이 완료된 후에도 불법주차는 줄어들지 않고 여전했다.

결국 익산시가 4만 원짜리 주차위반 딱지로 극약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불법주차는 이를 비웃듯 성행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도 20여 대 차량이 단속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하림에 찾아가 주차 협조를 여러 차례 구했지만, 하림에서도 직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림에서 공장 인근 공터에 주차장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솔직한 심정은 하림에서 이것 말고도 충분하게 주차장을 확보해 더 이상 시골도로에서 주차단속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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