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장성호·승준수·이수호 원광대생 제2고향 익산 문화 보존·홍보 앞장

미륵사지석탑·왕궁리유적 등 지식 풍부해 ‘버스타고 보물찾기’ 등 진행

왼쪽부터 익산지역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 남탕팀 이승민 팀장, 장성호 부팀장, 승준수 팀원, 그리고 최지연 익산문화관광재단 익산현장포럼공감 담당자. 이수호 팀원은 개인사정으로 사진촬영에 응하지 못했다.

익산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이방청년들이 익산의 문화유산 지킴이로 나섰다.

이들은 다름 아닌 원광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 다니는 대학생들. 4학년 이승민 군(25)과 3학년 장성호 군(26), 2학년 승준수 군(21)과 1학년 이수호 군(21) 4명이다.

이들은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2011년 창설한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다.

올해 9기 세계유산 지킴이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들은 고향이 다르다. 이승민 군은 경기도 구리시, 장성호 군은 경기도 시흥시, 승준수 군은 경기도 남양주시로 익산에서 거리가 먼 수도권이다. 이수호 군이 그나마 익산과 가까운 전북 전주시다.

이들은 비록 익산이 고향은 아니지만 익산의 역사와 백제문화에 대해서는 익산사람들보다 더 박식하다. 당장 문화해설사로 활동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익산문화를 훤히 꿰고 있다. 익산은 이제 이들에게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현재 전국에 활동하고 있는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는 모두 25개 팀. 이중 이들이 속한 팀의 이름은 ‘남탕’이다.

목욕탕을 연상시키는 남탕은 서동설화에서 서동이 마를 캐던 곳에 황금이 넘치도록 쌓여 있다는 것을 모티브로 해 이들이 지었다. 그래서 남탕은 한자로 ‘넘칠 남(濫)’, ‘황금 탕(璗)‘이다.

남탕의 팀장은 이승민 군, 부팀장은 장성호 군, 나머지 승준수·이수호 군은 팀원이다.

집도, 성도 다른 이들이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로 뭉친 계기는 원광대 프라임사업단에서 만든 ‘문화유산학’이라는 복합연계전공을 공부하면서다.

‘세계유산학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할 때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인 문이화 교수가 “젊은 학도들이 익산의 세계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활동을 해봐야지 않겠느냐”고 한 말에 이들 4명이 의기투합한 것.

지난 5월 25일 문화재청으로부터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로 선정된 이들은 익산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었다.

교양과목인 ‘익산학’ 강의를 듣고 수시로 팀원들끼리 공부하고 토의하며 지식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먼저 고고미술사학과생 13명을 대상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미륵사지석탑, 왕궁리유적 등 백제문화에 대해 9월 한 달 간 교육하고 현장답사도 진행했다.

지난 9월 20일엔 중앙동 푸우어린이집 아동들에게 백제역사유적지구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미륵사지석탑 색칠하기 등 놀이활동도 진행했다. 팔찌와 스티커, 배지 등 기념품(Goods)도 선물했다.

또 익산시와 전북문화재연구원이 공동 발간하는 잡지 ‘다시 살아나는 미르’에 ‘익산 세계유산, 우리가 지킨다’라는 제목으로 앞으로 활동상과 목표, 포부를 담은 글도 썼다.

10월 초엔 문화재 ‘야행’에서 ‘무왕의 꿈’을 주제로 체험부스를 운영했다. 어린이들 대상으로 왕궁상상도 그리기도 진행했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이 깃든 그림들은 옛 익옥수리조합 옆 ‘너에게로 쉼’ 무인카페에 전시돼 있다.

이들은 특히 (사)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가 주관하는 ‘2019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 우수활동 경진대회’ 본선에 오르는 기염도 토했다. 본선 결과는 오는 26일 나온다.

이들은 오는 16일 오전 11시 익산문화관광재단과 손잡고 ‘버스타고 보물찾기’를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시내버스를 타고 문화유산을 관광하는 행사다. 배낭여행자를 위한 여행코스를 발굴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이들은 참가한 시민들과 함께 65번 시내버스를 타고 왕궁리유적을 답사한 후 제석사지 유물전도 관람한다. 이어 다시 65번 버스를 타고 금마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점심식사를 한 후 금마 고도 설명을 듣는다. 마지막으로 41번 버스를 타고 미륵사지를 방문해 ‘보물찾기’를 진행하고 선물을 나눠준다.

이들은 이날 해설사로 나서 왕궁리유적과 미륵사지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또 버스에서 무료한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무왕생애 돌발퀴즈’도 진행한다.

이 행사는 참가비는 없고, 대신 시내버스비만 부담하면 된다.

이들은 남들이 꾸지 않는 특별한 직업을 꿈꾸고 있다.

이승민 군은 ‘세계유산 활용전문가’가 꿈이다. “우리나라에 없는 진정성과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진정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활용하고 싶다”며 포부가 다부지다.

장성호 군은 옛 수도(고도)에 관한 연구를 하는 학자나 연구원이 되는 게 꿈이다.

승준수 군은 문화재를 활용한 컨텐츠 제작자, 그리고 이수호 군은 고고학자가 꿈이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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