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나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호리호리한 몸매에 꽃미모를 자랑한다. 손톱엔 알록달록 물감을 칠한 ‘네일아트’까지 했다.

스스로도 흙을 만지며 사는 여성농업인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는 그녀. 네일아트 전문가에서 ‘딸기여신’으로 변신한 강미정 씨(43·함열읍)다.

경기도 이천이 고향인 그녀는 부산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자동차 판금기술자이고, 어머니는 평범한 주부여서 농사에 농자도 모르고 살아왔다.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가 네일아트를 했던 그녀는 명동 네일숍에서 실장까지 지낸 실력가다.

자그마치 15년 간 네일아트 외길을 걸은 그녀가 농업을 선택한 것은 2015년. 그것도 일가친척 하나 없는 낯선 땅 익산에 정착한 것은 어머니 이용분 씨(62)때문이었다.

2011년 삼기면에 먼저 정착한 그녀의 어머니는 남의 딸기하우스를 빌려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다 갑자기 폐렴에 걸려 병원에 한 달 간 입원하게 됐다. 당시 딸기를 수확할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냥 지켜볼 수 없었던 그녀는 어머니 농사를 도우려고 내려와 딸기를 따 익산원협 공판장에 출하를 했다.

누구에게 배우지도 않고 처음 한 농사였지만, 흥미가 생겼다. 힘든 노동에 대한 결실도 알찼다.

어머니를 도와 딸기농사를 짓기로 맘먹은 그녀는 2015년 익산에 내려왔다. 집은 함열읍에 마련했다.

2018년 그녀는 마침내 자신 소유의 농장을 갖게 됐다. 황등면 신성리 1천600평 논에 비닐하우스 5동을 짓고 딸기 농사로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따로 낭산면에 딸기하우스를 마련했다. 모녀가 각자 농장을 갖고 품앗이로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그녀는 네일아트 했던 솜씨 덕분인지 ‘딸기포장’을 예쁘게 해 공판장에서 남들보다 높은 값을 받고 있다. 경매사들이 “강미정 씨처럼 예쁘게 포장해오면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딸기포장의 일인자로 손꼽히고 있다.

그녀는 트랙터 운전도 베테랑이다. 익산시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사업장에서 트랙터를 직접 몰고 와 하우스 안의 땅을 갈아엎고 골도 따고 있다. 오로지 혼자 삽질까지 하며 농토를 일구고 있다.

가냘픈 여성의 몸이지만, 웬만한 남자보다 낫다고 할 정도로 주변 농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아마 제가 농군의 딸이었으면 힘든 농사를 안했을 지도 모르죠. 하다 보니까 힘든 줄 알고, 또 견딜만하니까 계속하는 거죠. 무엇보다 힘듦에 대한 결과물이 좋거든요.”

딸기로만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그녀는 깻잎하우스 4동도 지으며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9월 딸기 정식 후 수확까지 3개월 간 공백에도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12월 초부터 다음해 5월까지 딸기수확을 마친 후에는 땅을 갈아엎고 상추농사를 짓는다. 상추 또한 포장을 잘해 공판장에서 2·3등급을 독차지 하고 있다.

이처럼 손 놀릴 시간 없이 바쁘게 사는 그녀지만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 농사짓고 있다. 스마트폰에 알람을 설정해놓고 휴식시간도 갖는 신세대 농부다.

그녀는 상대적으로 편한 딸기 고설재배를 마다하고 땅에서 농사짓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고, 목 아픈 것은 똑같아요. 하지만 땅에서 자란 것이 영양도 좋고 맛도 좋잖아요.”

/김훈 시민기자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