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선 마음채심리상담센터장, 교육마술연구센터장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와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6살 된 딸아이가 식탁에 앉아서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저녁 준비가 다 되어 갔을 때쯤 “엄마, 나 그림 다 그렸어”라고 말하는데. 대박이다. 평소 스케치만 하던 그림이 아니라 크레파스로 밑그림 그리고 알록달록 꼼꼼히 색칠하고 바탕색은 물감으로 칠해 놓았다.

유치원 교사 출신인 나는 순간 대충 쓱싹 그린 그림이아니란걸 단숨에 알아챘다.

“우와~성아야(가명) 그림 엄청 멋지다. 뭐하고 있는 그림이야?”

“응 엄마랑 체리 따고 있어.”

사다리 위에서 체리를 따고 사다리 밑에서는 바구니를 들고 체리를 담고 있는 사람이 묘사되어 있다.

“안되겠어! 너무 멋져서 액자에 넣어야겠는데!”

“성아야, 이리 와봐 주문 걸자.”

그러자 눈이 휘둥그레져서 설렘 반, 호기심 반 표정으로 따라온다.

그림을 식탁위에 놓고, 울 딸과 나는 식탁을 사이에 놓고 마주보고 서서 그림위에 두 팔을 내밀고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알라깔라 마깔라까~ 성아가 그림을 아주 멋지게 정성들여 그렸구나~! 정말 멋져서 9시가 되기 전에 잠을 자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액자가 만들어져 있어라~! 알라깔라 마깔라까~얍.”

딸 아이가 잠을 너무 늦게 자던 때여서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기 위해 나는 주문을 걸 때 9시 되기 전에 자는 것을 추가해서 주문을 걸었고 역시나 9시가 되기 전에 신이 나서 우리 딸은 주무시러 방에 들어갔다.

아이들을 재우고 늘 새벽까지 다음날 수업준비를 하던 나였기 때문에 순식간에 우드락과 골판지로 액자를 만들어 놓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새벽 2시가 넘도록 강의 준비를 하던 나는 액자 만들고 자는 것을 깜빡했고,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식탁으로 달려온 내 딸은 실망가득한 눈과 목소리로 “엄마! 액자가 없어! 나 일찍 잤는데”라며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때서야 나는 ‘아뿔싸’싶었다. 어쩌지? 지금 만들 수도 없고. 마침 창밖을 보니 밤새 눈이 엄청 와서 창틀까지 5cm가 넘게 싸여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지! 나는 잽싸게 “성아야, 어떡하지? 미안해.”

성아는 의아해 하며 나를 쳐다본다.

“엄마가 액자를 만드는 주문을 걸었어야 하는데 잘못하고 눈 내리게 해버렸어! 아~ 미안해.’

그러자 성아는 눈을 번뜩이고 코를 벌렁거리며 “뭐야? 우리엄마가 그런 능력이 있어? 대박!”이라며 놀랍고 기쁜 표정 지었다. 베란다로 뛰어가 눈을 만져보고는 “어? 정말이네!”하며 “괜찮아”라고 이야기 한다.

“엄마가 다시 주문 걸어서 어린이집 다녀오면 액자가 만들어져 있을 거야 미안해.”

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나는 얼른 액자를 만들어서 식탁위에 놓았다.

그렇게 정신없는 아침을 보내고 강의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들어오는 길에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님.”

“네, 선생님.”

“성아가요. 오늘 엄마가 무슨 주문을 잘 못 걸어서 눈이 오게 했다고 애들에게 말하고 다니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전화 드렸어요.”

우리 딸 아직 동심이 펄펄 살아 있어서 찰떡 같이 믿고 말았네요. 이후 2탄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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