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장

저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인사와 함께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 어르신을 만나면 몸에 밴 인사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매번 인사를 하다 보면 어르신들께서 자주 “김 관장이 너무 인사를 잘해서 어깨가 굽는거야” 혹은 “오늘만 10번도 더 인사를 받았는데 볼 때마다 그리하면 목 부러지겠네” 등의 말씀을 하십니다.

저는 인사가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임과 동시에 나의 호의를 내비치며 대화를 하고,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인사를 통하여 서로를 알게 되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고, 많은 인사가 쌓여가면서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끈끈한 유대가 존재하는 오래된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회복지가 사람들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영역이라면 당연히 가볍게 건넬 수 있는 인사도 사회복지의 밑바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모시는 어르신들부터 동료, 지역주민들까지 모두를 만나서 인사를 나눈다는 것은 그렇기에 더욱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인사를 나누면서 상대방이 살아온 인생과 경험에 대해 느끼고,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지면서 지금 느끼는 불편함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같이 고민하고, 그로 인해 철학과 가치관 등을 공유하는 탄탄한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렇기에 인사는 함께 소망하는 사회복지의 이상향을 이루어나갈 수 있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시작은 나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 대한 자그마한 관심이고, 그 관심을 표출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행동이 인사이기에 인사가 가진 힘은 상상을 뛰어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길거리에서 말다툼을 하는 두 어르신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분 모두 흥분이 고조되었기에 우선은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개입하게 됐습니다.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일지 모른다는 판단에(어떻게 해야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분의 어르신은 모두 저를 알아보시고 저의 인사를 받아주었습니다. 그 인사를 통해 잠시 동안 긴장감은 풀어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상황을 파악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다툼을 말리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제가 그동안 어르신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는 습관들이 쌓아 만들어진 관계로 저를 알아보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분은 서로를 모르는 사이였고, 자그마한 오해를 이해하지 못해 큰 싸움으로 번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쌓아온 어르신들과의 관계가 바탕이 된 인사를 통해 서로가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문제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도록 도왔습니다.

이것이 인사가 가지고 있는 숨은 힘이며 항상 제가 다른 이들을 만나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이유입니다.

지역사회에서 바쁘게 일을 하다 보면 먼저 오셔서 저에게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미소를 머금고 저의 안부를 물어주는 모습에 항상 기쁨과 보람을 느끼곤 하는데, 그 찰나의 순간은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렇기에 나의 인사로 누군가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나의 인사로 오해는 사라지고 믿음과 신뢰가 자리 잡을 수 있고, 나의 인사로 지속적인 관계가 만들어지고, 나의 인사로 지역사회가 더 살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다짐하면서 저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다가가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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