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혼부부] 

“의식주 중 첫 번째는 뭐다?”

원광대 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천 년도 더 오래된 옛날에 서동과 선화가 만나 결혼했다는데 요즘 결혼으로 가는 길은 국도로 되어 있다. 수많은 연인들이 결혼으로 가기도 전에 헤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결혼을 준비하던 중 작은 다툼이 파혼으로 끝나기도 한다.

여기 이제 막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있다. 이 신혼부부의 프로포즈 이야기로 한 번 돌아가보자.   

남자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전라북도과학고등학교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주인만큼 급한 차가 과학고 주차장으로 향하던 중 남자가 수첩에 있던 볼펜이 안 보인다며 수첩을 내밀었다. 여자가 수첩을 열어보니 “수인아(가명), 나랑 결혼해줄래?”라는 멘트가 적혀있고 수첩의 마지막장에는 옥반지가 있었다. 여자는 평상시에 프로포즈 반지를 옥으로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의 결혼 준비가 시작됐다.

상견례는 무난하게 끝났고 양가 어른들은 9월 12일을 결혼식 날짜로 잡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단계 사회적거리두기가 시행되기 전이다. 남자와 여자는 살 집을 보러 돌아다녔다. 모현동의 이편한세상과 영등동의 제일1차, 2차, 3차, 4차 아파트를 비롯해 안 가본 아파트가 없었다. 신축아파트와 인기 많은 아파트 모두 각각의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여자는 아이가 태어날 상황에 대비해 학교와 가까운 곳을 고려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여자에게 부동산에 대해 잘 아는 한 귀인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그렇게 아파트는 학교와 공원이 인접한 곳으로 정해졌다. 남자 명의의 집이 마련되자 집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가 됐다. 남자와 여자 둘 다 의식주 중 주에 대한 일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기에 여자는 주변의 잘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역시 한 명의 귀인이 있어 신혼집을 보았다.

“화장실이 UBR이라 다 뜯어내고 공사를 하려면 이 정도의 금액이 들겠는데, 수인아?” 귀인의 말에 남자와 여자는 순간 하늘이 노래졌다. 최대한 예산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인테리어 업체와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고 남자와 여자는 돈을 아낄 수 있었다.

도배와 벽지는 중앙시장 안에 있는 중앙지업사(☎855-4305)에서, 싱크대와 인덕션, 신발장은 금마의 (유)능동기업(☎836-7788)에서 숙련된 사장님들의 힘을 빌렸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결혼식장 또한 예약해야 했다. 남자와 여자는 익산의 한 대학교 동문으로, 처음 만난 곳도 대학교였다. 그래서 둘은 그 학교의 컨퍼런스홀에서 하기로 했다.

여자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사랑과 전쟁’ 시즌 1, 2를 보며 결혼한 시점 그 이후부터의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이 하듯이 남자가 집을 구하자 그 안의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채워넣는 건 여자의 몫이었다. 여자와 여자의 어머니가 서로 투닥거리며 어머니가 조언한 바에 따라 가구를 정했고 여자는 이때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입주청소. 청소라는 것은 방청소밖에 몰랐던 여자에게 입주청소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였고, 리모델링 공사의 흔적이 어지럽게 남아있는 집을 남자와 여자 둘이 청소할 수도 없었다. 남자는 굳이 입주청소가 필요하냐며 처음에는 펄쩍 뛰었지만 깨끗해진 집을 보자 만족해했다.

경상북도 군위에서 자란 남자는 이제 익산시민이 되어야 했다. 직장도 집도 익산에 있기 때문이다. 영등1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남자는 전입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바야흐로 남자의 인생 2막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남자와 여자가 준비해야 할 서류절차는 하나 더 남아있다. 바로, 혼인신고다. 혼인신고는 익산시청의 종합민원실에 방문해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참고로 혼인신고는 한 번 하면 무를 수 없다. 젊은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에 대한 증표로 장난기어린 혼인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일도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집과 가구가 해결되자 남자와 여자는 숙제의 절반을 해결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 앞에는 다음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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