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차 마시며 아이들 노는 모습 보며 문화·여유 덤으로 즐겨

김용임 교육학박사, 리라자연유치원 리모델링 지난해 11월 개업

문화와 공간, 아름다움 농촌풍경 어우러져 방문객들 발길 이어져

꽃피는 봄이 지나고 초여름에 접어들었다. 날씨는 사람들에게 야외활동을 재촉하지만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외출하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사정이 이럴수록 새로운 문화욕구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강해지는 법. 더구나 아이들이 있는 젊은 부모들에게는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공간이 아쉽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할아버지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고 젊은이들의 상큼한 데이트 장소와 포토죤이 있다면 금상첨화.

다행스럽게도 익산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그런 곳이 있다. 임상동 리페어 카페다. 영등동 전자랜드 네거리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리페어 카페는 유치원을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구석 곳곳에 자리한 어린이용 흔적이 남아있어 이곳이 유치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리페어 카페는 한마디로 젊은 엄마·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차를 마시며 즐길 수 있는 문화·체험 공간이다. 2천600㎡(약 800평)의 넓은 대지에 건평 1천150㎡(약 350평) 규모의 2층 건물은 언덕위의 하얀 집처럼 이국적인 모습이다. 익산시내에서 대지로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해 익산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3층 옥상에 오르면 주변에 큰 건물이 없어 전형적인 주변 농촌풍경을 4계절 감상할 수 있다.

지난 12일 찾은 리페어 커피숍은 먼저 개구리 소리가 즐거운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모심기를 앞둔 논에서는 수 백 마리가 족히 넘을 듯한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우렁찼고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은 마치 깊은 숲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1층엔 커피숍(200㎡, 약 60평))과 나눔 전시관, 작은세미나실, 남·녀 화장실이 자리했다.

커피숍의 압권은 이끼 정원.

커피숍 중앙에 자리한 계곡 모양의 이끼정원은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이끼의 탐스러운 흔적이 손님들을 기다린다

커피숍 테이블도 상식을 깼다. 자연친화 나무로 만든 탁자 3개를 모은 테이블은 간편하면서도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코로나 시대를 감안해 차 주문은 비대면이다. 비대면 자동주문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이 마시고 싶은 차 종류를 선택한 후 결제하고 1,2층과 3층 옥상을 구경하고 사진 찍는 동안 카톡으로 주문완료 연락이 온다. 진동벨을 소지할 필요가 없다.

나눔전시공간에서는 회의와 인형극, 세미나 등이 열린다. 젊은층들에겐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부모를 초청해 버스킹 공연을 펼쳐 뜻 깊은 어버이날 선물을 했다.

작은 세미나실에서는 가족이나 직장동료, 친구들이 담소를 나누거나 모임의 소그룹 회의를 할 수 있다.

화장실은 이용자들을 배려해 만들었다. 남자화장실엔 어린이용 소변기가, 2층 여성화장실엔 엄마들이 아이의 기저귀를 교체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2층엔 자작나무 숲속과 독서방, 느린 우체통, 계절 포토존, 골방, 엄마랑 아가방, 수다방이 들어서 있다.

자작나무가 숲을 이룬 독서방은 창문너머로 농촌풍경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재야의 장준하, 유태인의 천재교육, 조류사육 등 500여권의 서적이 비치돼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느린운체통에서는 편지를 써 보내면 1년 후에 받아 볼 수 있다.

3.3㎡(약 1평) 규모의 골방은 조용한 공간에서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독차지한다.

엄마랑 아가방은 아이들이 그림, 종이접기, 소꿉놀이 등을 할 수 있다. 엄마·아빠들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함께 온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들의 평온한 모습에 더 좋아한다.

엄마랑 아가방이 인기를 얻으면서 수다방 한 켠에 가족 텐트를 하나 더 만들었다.

3층 옥상에는 천국의 계단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마음을 활짝 열고 자연과 하나 되는 색다른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시내변두리에서 맞이하는 해넘이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리페어 커피숍에서는 또 어린들이 체험교육을 즐길 수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자연체험, 요리활동 등을 진행한다. 체험 프로그램은 공지되면 예약해야 한다.

리페어 커피숍은 평생 어린이 교육에 헌신한 김용임 교육학 박사(63)가 지난해 11월 리라유치원을 리모델링해 개업했다.

매년 출생인구가 줄어 경영이 힘들어지면서 아이를 둔 엄마·아빠들에게 학교, 유치원 제도권 밖의 문화공간에서 가족간의 시간을 통해 사회교육을 선물하기 위해 마련했다. 엄마 김 대표의 오랜 노하우와 아들 이슬기찬 씨(33)의 열정을 매칭했다.

김 대표는 리페어 커피숍이 익산의 젊은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문화를 통한 교육의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를 주문하는 손님들은 모든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용님 대표와 아들 이슬찬기씨.

김용님 대표 "아이들과 엄마·아빠 모두 즐거운 공간 만들 것"

“유치원 폐원에 학부모들이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제도권 밖에서 아이들과 젊은 부모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유치원을 접목한 카페와 인성교육연구소를 열게 됐습니다. 아이들과 엄마·아빠인 젊은 청년들, 할머니·할아버지 3대가 함께 찾을 수 있는 명소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평생 유아 교육에 헌신한 김용임 대표는 리페어 카페를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문화를 즐기고, 자연을 감상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이들을 위한 계절별로 테마체험을 마련한다.

봄에는 나물캐기,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수확체험, 겨울에는 연날리기 등이다.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을 이해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한다.

김 대표는 리페어 카페가 젊은 부모들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해 살고 싶은 익산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 대표는 “아들 이슬기찬 씨(33)가 개업과 운영에 큰 힘이 되었다”며 “시니어의 경험과 노하우에 젊은 아들, jc청년들의 열정을 합쳐 제2의 리페어 카페가 문을 활짝 열고 익산의 문화와 교육에 활기를 넣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늘도 옥상의 천국의 계단 페인트.칠을, 아들 이슬기찬 씨는 전층 와이파이, 가을을 대비한 고구마 심기 등 아이들을 돌보던 섬세한 손길을 분주히 움직인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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