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익산성장포럼 대표 전 익산경찰서장

최근에 LH 임직원들이 업무적으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예정지 등에 땅 투기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들은 땅 금액의 절반 이상을 대출받았고 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하는 ‘대토보상’을 노리고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를 했으며 보상금을 더 많이 받으려고 신도시 발표 직후 묘목을 심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세차익을 거뒀습니다.

LH 직원들이 했던 투기방식은 일반적인 투자방식과는 다릅니다. 쓸모없는 맹지에 투자하여 몇 배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일은 내부 정보가 없으면 불가능할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맹지에 투자하는 일은 기획부동산업자에게 당하는 사기 사건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땅 투기행위는 조선 시대에도 있었습니다. 한양에 국한됐지만 15세기 후반 사대문 안쪽 집값이 너무 오르자 사대문 바깥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오늘날의 신도시개발인 셈입니다. 당시 사대문 안쪽 인사동 집값은 50년치, 신도시지역 집값은 약 2년치 녹봉이어서 좋은 대책이었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대부와 내관, 관리 등의 투기행위가 있었습니다. 갭투자도 만연했다고 합니다. 조정에서는 ‘1인 1주택’ 규제까지 시행했으나 친인척이나 노비 등의 이름을 빌려 집을 사서 세를 놓는 행위가 만연했다고 합니다.

2019년 전국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352조9천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8.4％입니다. 개인은 일할 맛이 안 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도 사업 할 의욕을 잃을 정도입니다.

9급 공무원까지 재산등록을 하면 과연 부동산 투기를 원천 봉쇄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불로소득이 공직에서 받는 혜택보다 크면 투기 근절은 여전히 어려울 것입니다.

기업의 땅 투기는 땅값 상승의 주범입니다. 공직자 투기 근절 못지않게 기업의 부동산 투기도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일본은 도쿄 등 3대 도시 권역을 제외한 지방의 공시지가가 수십 년째 연속 하락했습니다. 2018년 기준 빈집만 849만 채로 부동산 상속 포기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급격한 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우리의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도 언젠가는 거품이 빠지기 마련입니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과다한 불로소득 실현의 기대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개혁은 이해충돌방지법 제정과 농지법, 공직자윤리법 개정 등 세 가지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공직자는 주식처럼 부동산 소유·거래 정보를 정기적으로 등록·신고하고, 금지한 차명 거래가 사후에 밝혀지면 징계·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부동산 전수조사를 하는 일상적인 투기·비리 감독기구도 설치됩니다. 이중삼중의 투기 차단막이 쳐지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업무에서 제외 시킬 수 있으며 업무상 비밀이용죄도 입증이 쉬워질 전망입니다.

이러한 조치들을 통하여 집과 땅의 세금을 더 많이 복지로 연결하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며 환매 이익은 국가와 분점하는 구조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한 맘으로 기대합니다.

사실 인간은 이기적입니다. 아닌 척해도 더 먹고, 더 벌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이런 욕망의 무한 질주를 억제하는 게 개개인의 도덕, 직업윤리, 내부통제 시스템 그리고 법치입니다.

이런 나라가 제대로 된 선진국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인간욕망의 허망함을 그린 풍자소설입니다. 주인공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온 것만큼 땅을 차지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갈 수 있는 최대한으로 걸어 돌아왔으나 그는 지쳐 죽고 맙니다. 주인공은 결국 땅에 묻힙니다. 땅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걸었으나 그가 최종적으로 소유할 수 있던 것은 고작 2미터 크기의 무덤이었습니다.

땅은 영원히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죽을 때 지고 가는 것도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정말 우리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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