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나무의 꿈

새로운교회 담임목사 / 엘카페 대표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들어갈 무렵, 팔봉초등학교에서 학부모회 행사가 있어서 학교에 갔다. 행사를 마치고 강당 문을 나오는데 교정에 있는 모과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모과를 보니 모과 청 생각이 났다.

‘저걸 따다가 모과 청을 담글까?’

학부모회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모과로 모과 청을 만들고 그것을 판매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사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회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교장 선생님께 허락을 받았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며칠 후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서 바로 모과를 따기 시작했다.

며칠 전만 해도 눈앞에 모과가 많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오가며 손 닿는 곳에 있는 모과를 전부 따갔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나무 위로 올라갔다.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서 나무 위에서 모과를 따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에나 나무를 올라갔지 성인이 되고서는 나무에 처음 올라가 본다. 나무에 올라가면 모과를 쉽게 딸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약 100kg 정도의 모과를 수확할 수 있었다.

이제 모과 청을 담그기 위해 엄마들을 모이라고 했다. 100kg의 모과를 썰기 위해서 10여 명의 엄마가 카페로 모였다. 손님이 가득 차 있어야 할 카페에 엄마들이 모여서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탁탁탁’

카페 안에는 모과 써는 소리와 모과 향기로 가득 찼다. 엄마들의 손길이 많아서 모과 청 담그기는 생각보다 일찍 마치게 되었다.

모과 청을 담그면서 자연스럽게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학부모회장이 전문가를 모시고 먹거리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학부모회와 엘카페의 첫 번째 공동 사업이 진행되는 순간이었다. 학부모회장의 추천으로 원광대학교 로스쿨 교수이신 김은진 교수님을 모시고 ‘모과나무의 꿈 – 토크 콘서트’가 준비되었다.

한 달 후 큰 통에 담갔던 모과 청을 작은 병에 포장했고, 스티커를 만들어 붙였다. 스티커에는 ‘이 모과 청은 팔봉초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웃음과 꿈을 먹고 자란 모과로 만든 수제 청입니다’ 라는 문구를 넣었다.

12월 20일 토크 콘서트 당일에는 30여 명의 학부모와 주민이 모여서 3시간 동안 진행된 교수님의 열띤 강의를 듣게 되었다. 이날부터 판매한 모과 청은 100세트 정도 팔게 되었고 수익금은 모두 우리 학교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였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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