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관심과 사랑도 함께 뽑혔다'

익산시 담당부서 공무원 “불법행위” 전화 다음날 연기처럼 사라져

시민들 “공감행정 부족 재확인… 도심 잡초제거나 제대로 했으면”

가로수 밑에서 싹을 틔운 수박과 참외.

“불법인지 아시죠.”

중앙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7월30일 오후 익산시청 공무원으로부터 약국 앞 가로수 밑에 수박과 참외를 심은 것은 불법행위라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A씨는 오가는 시민들에게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고 싶어 자신의 약국 앞 가로수 밑 공간에 수박과 참외 씨앗을 심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관리한 A씨의 정성에 수박과 참외는 싹을 틔우고 파릇파릇 입이 올라왔다.

어른 손 뼘만큼 자란 수박과 참외는 약국을 찾는 손님뿐만 아니라 오고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모았다.

<익산열린신문>은 시민의 제보로 ‘카메라산책=중앙동 도심속 과수원(?)’이라는 제목으로 수박과 참외의 성장과 그 배경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기사를 본 시민들은 ‘수박과 참외가 정말 열릴까’, ‘수박과 참외가 익어가는 모습 꼭 보고 싶다’, ‘신선한 발상이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 등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익산시 공무원의 시각은 시민들과 크게 달랐다.

익산열린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기사를 본 담당부서 공무원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가로수 밑에 수박과 참외를 심은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익산열린신문에 실린 관련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내리면 되겠냐”고 확인했다.

익산열린신문은 A씨의 요청으로 ‘카메라산책=중앙동 도심속 과수원(?)’ 기사를 지난 7월 30일 오후 3시 22분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수박과 참외가 뽑혀 나간 가로수 밑.

하지만 무럭무럭 자라던 수박과 참외도 기사와 함께 사라졌다.

A씨는 “지난달 31일(토) 출근해 보니 수박과 참외가 보이지 않았다”며 “과연 불법행위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수박과 참외가 뽑힌 사실을 파악한 시민들도 격앙된 목소리다.

매일 약국에 들른다는 B씨는 “차량매연과 도로 열기가 가득한 도심속에서 수박과 참외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강인함을 느꼈다”며 “어린 생명을 꼭 뽑아내야 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C씨도 “공직자들의 융통성이 없는 사고방식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해도 너무한 것 같다”며 “이건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닌 전형적인 갑질 행정이다. 익산시 공무원들의 공감행정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혀를 찼다.

이어 “공무원들의 눈에는 길가에 방치된 잡초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라며 “수박과 참외를 제거하는 순발력으로 도심속 무성한 잡초도 제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수박과 참외가 뽑혀나간 자리 옆에서 자라고 있는 잡초.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