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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칼럼=우당탕탕 신혼부부 익산살기이희수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1.08.17 08:50

[우당탕탕 신혼부부의 익산살기]

그 남자의 칼퇴 방법

원광대 LINC+사업단 지역선도담당

여자는 간이 작다. 요새 남들 다 한다는 주식이며 코인은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 생각했다. 어느 날 금융어플에서 주식 2주를 무료로 주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이때 여자는 처음 주식을 알게 됐다. 남들도 다 하는데 경험 삼아 주식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식 초짜 주제에 일봉이 뭔지, 삼성전자와 조선주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채로 기세 좋게 시작했다. 여자가 처음 산 주식은 ○○전자, 바로 남편이 일하는 회사였다. 여자는 스스로 돈을 허투루 못 쓰게 주식에 잠깐 맡겨둔다는 생각이었다.

퇴근 무렵 “남편, 집에 가자”라고 전화하면 남편은 차 키를 들고, 주변 사람들에게 “주주님께서 집에 오라고 하십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라며 꾸벅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농담 삼아 그의 직장 동료들은 얼른 주주님께 가보라며 퇴근을 재촉하곤 했다.

남편에게 SNS로 메시지가 오면 여자는 “당신이 열심히 일해야 내 주식이 올라가지! 일해!”라며 장난스레 웃었다. 주식으로 얻은 이익이 1만 원이라도 넘으면 남편이 먹고 싶은 것을 요리하곤 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여자에게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주식과 연결되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여자를 보던 남편도 조용히 주식을 하기 시작했다. 각자 용돈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서로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시무룩해진 얼굴로 거실에서 TV를 보던 여자에게 다가왔다.

“색시야, 나 사실 할 이야기가 있어”

“왜, 주식 한 거 망했어?”

“와, 어떻게 알았어? 소름끼친다, 진짜.”

남편의 말에 의하면 주식으로 투자한 금액의 26%를 손해 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둘은 원만한 절차를 거쳐 협의했다. 주식은 둘 중 아내만 하기로 말이다.

“남편아, 이리 와봐. 여기 진짜 저평가된 주식이 있는데 내가 손에 넣었어!”

“그게 뭔데?”

“당신!”

닭털과 깨가 날리는 이 부끄러운 신혼일기를 김남조 시인의 편지로 마무리해본다.

 

편지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을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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