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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의 진수 보여 주는 서예의 산실로 운영하렵니다”/열린신문이 만난 사람- 익산 첫 서예관 백제서예관 연 여송 김계천 관장
송태영 기자 | 승인 2021.12.06 09:35

작품전시 희망하는 작가에게 전시관 우선 제공 기증전·소장전 꾸준히 열 계획

마을 주민·관광객 대상 서예지도  한국서예 발전에 미력이나마 힘 보태고 싶어

왕궁면 왕궁리 유적 내에 자리한 탑리마을에 경사가 났다. 익산 첫 서예관인 백제서예관(관장 여송 김계천·75) 개관이다.

조용하던 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왕궁리 유적지를 찾은 탐방객들에게는 익산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150여㎡(약 45평) 규모의 전시관은 마을길과 담벽이 아름다운 탑리마을과 썩 어울리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백제서예관은 지난 달 27일 개관식을 갖고 개관기념 소장전을 열고 있다. 서예가 50명이 기증한 작품 55점과 김계천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26점을 더해 81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관에는 김 관장의 은사인 여산 권갑석(4점)을 비롯해 강암 송성용, 백석 김진화의 작품이 눈에 띈다.

전시관 문을 열면 김 관장의 안채로 연결된다. 안채는 또 다른 세상이다. 전시관이 정적인 공간이라면 안채는 동적인 공간이다.

먼저 소나무를 좋아하는 김 관장이 심은 소나무 120그루와 꽃잔디 화단이 눈길을 잡는다. 화단 옆에는 김 관장이 직접 만들고 서각한 정자 흥덕정(興德亭)이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본체 잔디마당 중앙에는 김 관장의 재산목록 1호인 소나무가 ‘한솔소나무’라는 명패를 달고 늠름하게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김 관장은 자신의 호 ‘여송(如松)’과 ‘한솔’은 소나무를 뜻한다고 강조한다.

아담한 장독과 가마니를 짜고 새끼를 꼴 때 쓰는 기계, 우리나라 첫 컬러TV, 온갖 물품을 옮겼을 지게가 백제서예 전시관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람이 제법 쌀쌀한 1일 오후 백제서예관에서 김 관장을 만나 그의 서예인생과 전시관 운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백제서예관 개관을 준비한 김 관장은 “남자의 꿈은 여자가 도와줘야 이룰 수 있다. 집사람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서예관을 개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인 박순금 씨에게 전시관 개관의 공을 돌렸다. 이어 “할일을 다했다는 생각에 요즘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을 꺼낸다.

- 반갑습니다. 백제서예관은 익산의 첫 서예관으로 알고 있다.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전시관을 갖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986년 이 곳에 터를 잡으면서 작은 서예관을 꿈꾸었다. 생각해보니 35년 만에 꿈을 이뤘다. 여산 권갑석 은사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한국서예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마음에 기쁘다.

또 탑리마을은 익산 ‘문화재 야행(夜行)’의 축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백제서예관이 익산시민과 왕궁리 유적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묵향의 진수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객과 서예를 배우고 싶은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시관에서 서예지도 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 서예관은 어떻게 운영하나.

백제서예관을 개관하기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도움을 받았다. 특히 작품을 선뜻 기증해 준 서예가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우선 작품전시를 희망하는 서예가들에게 전시관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증전은 매년 1년에 한번씩, 소장 개인전도 꾸준히 열어 관광객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개관기념 소장전 전시는 앞으로는 토·일요일에만 열 예정이다.

- 서예입문은 언제 했으며, 좋아하는 서체는 무엇인가.

한학을 공부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적 부터 붓을 잡았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도 취미활동으로 글씨를 쓰곤 했다.

본격적으로 서예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79년으로 기억된다. 귀금속을 생산하는 회사의 관리직원으로 익산에 오면서다.

좋아하는 서체는 초서다. 물결이 흐르듯 하는 여유로움이 좋다. 그래서인지 세월이 흐를수록 이해심이 많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스승인 여산 권갑석 선생과 각별한 사제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여산 선생은 나에게 서예의 아버지다. 선생님의 호는 여산(如山)이고 내 호는 여송(如松)이다. 선생님은 산이고, 나는 소나무다. 산속에 있는 소나무, 즉 선생님과 나는 한 몸이다.

평생 교육계에 몸담은 선생님은 강직한 분이었다. 서예를 가르칠 때도 늘 엄격하셨다. 선생님은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 바른길을 걷는 사람을 좋아했다.

국전 초대작가가 된 다음에도 작품을 출품하기 전에 스승님에게 작품을 보여드렸다. 언젠가 “이제 작품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셨을 때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선생님은 행서를 즐겨 썼다.

- 가장 아끼는 작품은.

작가의 혼과 열정이 깃든 예술작품은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다. 그러나 제자인 나로서는 여산 스승님의 작품을 꼽고 싶다. 스승님이 쓴 병풍도 소장하고 있다. 이번 개관기념 소장전시회에서는 병풍을 전시하지 못했다. 앞으로 병풍을 비롯해 스승님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익산은 서예 불모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다. 전남이 서화가 발전했다면, 전북은 서예가 발전했다. 익산은 여산 스승님이 제자를 많이 배출했다.

원광대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서예학과를 개설해 후학을 양성했다. 최근 학생 수가 줄면서 서예학과가 문을 닫아 아쉬움이 많다.

또 강암계열의 ‘대한민국서예협회’와 여산계열의 ‘대한민국서가협회’, 남정계열의 ‘잔존 미술협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익산에서 연합공모전을 개최한 서예의 본고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서예인들이 기량을 닦고 있다.

- 서예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서예가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안정 등에 좋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서예다.

서예는 또 짧은 시간에 성과를 절대 낼 수 없다. 몰아치기 공부하듯 해서도 안된다. 매일 1시간이상 꾸준히 써야 한다.

그림은 수정할 수 있지만 서예는 수정할 수 없다. 그래서 개칠(수정)한 서예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서예는 인생의 마지막 공부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해야 한다. 그래서 서예는 어렵고 힘든 일이다.

사업 접고 서실 개업 국전작가 8명 등 수많은 후학 양성

한국서가협회 상임 원로자문위원으로 대한민국 서예 전람회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한 익산의 대표 서예가다. 국전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7회).

지난 1991년 사업을 접고 서실을 개업하면서 본격으로 서예의 길을 걷고 있다.

김서운, 김의영, 박영숙, 송길자, 이규래, 이병석, 진승희, 정양훈 등 8명의 국전 작가를 비롯해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이리동초등학교 앞에서 현재 여송서예실을 운영하고 있다. 익산문화원에서도 15년째 서예반을 지도하고 있다.

“돈 버는 일이 아니라”는 여산 스승의 걱정과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실을 열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16년에는 도내 최초로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고희(古稀)전을 열었다.

서예에 조예가 깊은 부인 박순금 씨와 백제서예관 안채에서 생활하고 있다. 채전에 상추, 오이, 호박, 고추 등 식재료를 심어 건강한 밥상을 즐기고 있다. 덕분에 생활비도 아끼고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대학원 서예 문화학과,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경서학과를 졸업했다.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전남 고흥이 고향이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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