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공원의 마삭줄 군락”

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코로나19확진자 수의 증가로 인한 걱정과 입춘이 지나가고, 낮이면 봄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따뜻한 햇빛이 쏟아지는 요즘이다. 겨울동안 추웠던 날씨때문에 사람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생활하고 코로나19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즐거움마저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실내에서의 생활은 답답함마저 주기도 하지만 도심안에 있는 배산공원에서의 산책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겨울에도 시민들이 운동을 하기 위해 산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는데, 특히 요즘들어 봄이 다가온다는 증거인지 더 많은 시민들을 배산공원에서 만나게 된다.

이렇게 위안이 되고, 건강을 챙길수 있게 해주는 배산공원의 요즘 모습은 앙상한 가지들이 달린 나무들을 주로 만나게 된다. 물론 봄을 준비하는 모습을 나무들의 겨울눈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배산을 올라가는 입구, 큰배산 작은배산의 정자까지 올라가는 산책길 곳곳에서 상록의 덩굴성 잎이 달린 식물이 유난히도 눈에 띄고, 많이 만나게 된다. 이 식물은 마삭줄(Trachelospermum asiaticum)로 겨울에도 잎이 푸르른 덩굴석 목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다른 식물들에 가려져 존재감이 덜하지만, 겨울에는 이 식물의 변하지 않는 푸르름 때문에 감추어진 존재감이 나타나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보통 사람들은 그 식물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게 되면 제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식물의 제철은 어쩌면 이 겨울이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겨울에도 푸른잎을 가진 이 식물의 또다른 매력은 꽃이 피어 향기를 내기 시작하는 5월이다. 학명에서 알 수 있듯이, 취산화서(聚繖花序)인 이 흰색 꽃에서는 쟈스민 향기가 난다.

덩굴성 식물은 줄기가 하늘을 향해서 곧게 서 있지 않고, 지면을 기어다니거나 다른 물체에 붙어서 자라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다른 물체에 붙어 살아 가기에 좋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이 덩굴성 식물 대부분은 숙주나무가 살아가는 생태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숙주나무가 죽으면 덩굴성 식물도 살아가는데 힘이 들기에, 혼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대표적인 덩굴성 식물들의 예로 등나무, 칡나무, 시계꽃, 포도, 나팔꽃 등이 있다. 3월의 탄생화인 덩굴성 식물들은 생명력도 강해 원예용으로도 많이 이용이 된다. 이번 익산시 읍, 면, 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시민참여 나무 나누어주기’를 진행했다. 그중 덩굴성 관엽식물인 스킨답서도 반려식물 기르기에 포함이 된 덩굴성 식물이다. 아마도 이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 덩굴성 식물만의 생존방식을 관찰하는 재미를 꽤 느끼게 될 것이다.

배산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마삭줄 군락지, 벌써부터 올 해 5월을 기대하게 되고 그 향기를 기억하며, 그 기억을 함께 공유한 사람들이 생각난다. 사람들간의 융합은 함께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힘들었던 기억도, 기뻤던 기억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고, 기쁨도 두배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억들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나갈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배산공원의 마삭줄 군락지는 익산만의 로컬(LOCAL) 생태자원으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해마다 5월이 되면 이 군락지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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