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개인 의료진찰 기록이 담겨 있는 진료카드.

지난 7일 아침 일찍 본보 편집국에 전화 1통이 걸려왔다.

자신을 중앙동 토박이라고 밝힌 60대 초반의 남성은 동네 산부인과 의원이 이전하면서 개인 진료카드 수천 장을 방치 해놓고 가버려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 될 위험에 처해있다는 제보전화였다.

제보자는 또 진료카드엔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산부인과 의원이 수 십 년간 영업한 5층짜리 건물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아파트 건립 예정지역이라 건물을 팔고 급히 이사 가는 바람에 5층 전체가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차 있었다.

산부인과 의원 건물 주변 역시 텅텅 빈 채 쓰레기만 나뒹굴고 있었다.

방진막을 걷어 올리고 산부인과 의원으로 들어갔다.

제보자가 알려준 2층 진료실 안쪽으로 가보니 문제의 진료카드가 책장에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책장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진료카드는 바닥에 그대로 방치해 놓았다. 어림잡아 수 천 장은 족히 돼 보였다.

진료카드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제는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어 자칫 유출될 경우 범죄로 악용될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산부인과 의원 특성상 감추고 싶은 개인 진료전력이 대부분이어서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개인 진료카드 하단엔 그림과 함께 진료한 부분을 상세히 설명해놓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

현장을 동행한 제보자는 “의료 기관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안전조치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며 “자칫 민감한 진료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고가 벌어질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 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해당 산부인과 의원은 본보 기사가 나가자, 현장에서 진료카드를 모두 수거해 이전한 의원으로 가져갔다.

A원장은 "보관을 잘했어야 하는데 미처 그러지 못했다“며 ”다시 가져온 진료카드는 안전하게 보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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