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기회 주고 싶어…16년 의정생활로 충분 더 욕심내면 ‘노욕’

민주당 당원으로 열심히 활동…백제벨트 조성 관광 랜드마크 만들어야

웰다잉 조례신설 보람…팔봉 아울렛~금마 신정 도로 완공 못해 아쉬움

‘젠틀맨’ 소병홍 시의원(보건복지위원회, 어양·팔봉 지역구)이 정계를 은퇴한다.

제5·6·7·8대 시의원을 지낸 소 의원은 지난 해 10월 익산열린신문에 “4선 의원에 의장까지 역임했으니 이제 후배들에게 양보할 때라 생각하고 6·1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시의원은 물론 도의원도 출마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익산 정계 2번째 현역 불출마 선언이다. 익산 정치권의 큰 어른인 그의 불출마 선언은 지역구 유권자뿐만 아니라 동료의원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올해 70세인 그의 나이와 열정, 선수(選手)로 봤을 때 정계은퇴가 이르다는 반응이었다. 듬직한 외모에 깔끔한 일처리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따 놓은 당선’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가 불출마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6일 오전 익산시의회에서 만난 그는 “정계은퇴라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선거에 출마를 안 할뿐 더불어 민주당 당원의 한사람으로서 당을 위해 더욱 열심히 조언하고, 후배들을 격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평소 조용한 성격과 달리 열정과 신념이 넘치는 목소리로 익산시의 현안과 과제, 발전방향을 풀어냈다.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이 있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16년 동안 의정생활을 했다. 나이도 있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아름답게 떠나고 싶었다.

불출마 선언이 아쉽다고 말하는 지역 유권자들도 있다. 인생을 뒤돌아보면 모든 일이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는 법이다. 아쉽다는 생각이 들때 멈추는 것도 삶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가족들도 불출마에 동의했나.

그렇다. 지난해 세상을 등진 아내와도 다음선거에 불출마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정생활을 그만두고 아내와 함께 가족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해 아쉽다. (소 의원은 부인의 투병생활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들과 두 딸도 불출마 뜻을 존중해주었다. 아들은 직장을 따라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고, 익산에서 사는 두 딸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아내가 세상을 뜬 뒤로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큰 딸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아침은 오랜 전부터 과일이나 선식으로 간단히 하고 있다.

-요즘 한창 선거철이다. 기분이 어떤가.

솔직히 홀가분한 기분이 먼저 든다.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공천서류를 준비하는 현역 시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옛일이 생각난다.

2002년 처음 시의원 선거에 나서 낙선했다. 당시 팔봉지역은 여러 장사(葬事) 시설과 쓰레기 매립장이 있어 민원이 많았다.

지역 주민들과 민원을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시의원 출마를 권유받았다. 2006년 시의원에 당선돼 사업을 정리하고 의정활동에 전념했다.

왼쪽에서 세번째가 소병홍 시의원.

-가장 보람이 있거나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을 든다면.

먼저 익산시 웰다잉(Well-Dying) 조례 마련이다. 웰다잉이란 웰빙의 대척점에 있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거나, 반대로 연명치료로 원치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유언장 작성, 죽음 체험문화 조성, 연명치료 금지 서약 등을 통해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장묘시설 전산화 추진이다.

2000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에 따라 장사법 이후에 조성된 납골당과 묘지는 15년 씩 3차례 갱신한 뒤 철거해야 한다.

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납골당과 묘지 조성 연대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장묘시설 전산화를 추진했다. 사람으로 생각하면 주민등록을 만든 격이다.

세 번째는 팔봉 지역에는 동그라미, 창해원, 보성원 등 여러 복지시설이 있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도 뿌듯한 의정생활이었다.

(소 의원은 이밖에 ▲상습수해지역인 석왕천 부근 하천정비사업 ▲마을별 농로 포장 ▲신왕마을 경로당 신축 ▲팔봉초 육교 건립 ▲팔봉동주민자치센터 신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했다.)

-아쉬운 점이나 못다 한 일이 있다면.

아쉬운 점은 지연현안 문제와 관련해 주민들과 의견이 충돌했을 때다. 예를 들면 2000년 대 초 당시 시장이 장사시설을 증설하지 않겠다고 주민과 약속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 증가로 장사시설을 확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지역 망자를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팔봉 아울렛 매장~팔봉 중앙마을~금마 신정마을을 연결하는 왕복 2차선 도로 개설을 완공하지 못해 아쉽다.

이 도로가 개설되면 익산시내에서 금마를 거치지 않고 미륵사지로 갈 수 있다. 1단계로 팔봉 아울렛매장~중앙마을 도로를 개설한 뒤 중앙마을~금마 신성마을을 잇는 2단계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현재 부지 매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로개설이 신속히 이뤄져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미륵사지를 탐방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익산시가 나아갈 방향을 듣고 싶다.

전주는 한옥마을로, 군산은 근대문화 유산으로 특화된 도시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익산은 ‘백제’와 ‘철도’를 특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백제에 집중해야 한다. 미륵사지~왕궁리 왕궁터~쌍릉~무왕탄생지를 연결하는 백제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해야 한다.

관광객들이 가마도 타고, 말도 타고, 자전거를 타고 둘러 볼 수 있는 체험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20년, 30년 꾸준히 백제문화관광벨트를 완성하면 500만 관광시대를 넘어 1,000만 관광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믿는다.

전주 한옥마을도 따지고 보면 지난 1990년대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투자했다.

다음은 철도다. 익산은 철도와 함께 성장한 도시다.

익산시가 익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과 역세권 개발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명실상부한 물류중심지 익산, 철도관광의 중심 익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소병홍 시의원 “지역발전에 여생 바치고 싶어”

팔봉초등학교, 남성중·고등학교, 고려대학교 이공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쌍방울에 입사해 7년 동안 근무했다. 이 후 석재 절단용 톱 대리점인 영풍상사를 20여년 운영했다.

▲이리청년회의소(JC) 상임부회장, 이리JC특우회 상임이사 ▲팔봉초등학교 운영위원장 ▲팔봉초등학교 총동창회장 ▲남성고등학교 총동창회 부회장 ▲고려대학교 동창회 익산지부회장 ▲익산시 축구협회 상임부회장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쳤다.

제5·6·7·8대 익산시의회 의원에 당선돼 ▲제5대 익산시의회 후반기 의회운영위원장 ▲제7대 후반기 익산시의회의장을 역임했다.

소 의원은 “정계는 은퇴하지만 익산과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에 여생을 바치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송태영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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