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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규 칼럼 - 절실함이 스승이다송태규의 열린칼럼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2.08.01 08:59

절실함이 스승이다

심지 창의·융합교육원 대표

새벽 다섯 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보다 먼저 눈을 떴다. 꿈속에서도 지난밤 마무리하지 못한 글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박차고 일어나 서재로 갔다. 잠시 쉬고 있던 노트북 전원을 눌렀다. 바탕화면을 가득 메운 시원한 풍경이 눈길을 잡았다. 천천히 글을 되새김하며 손질하고 나니 운동 갈 시간이 코앞에 어른거렸다. 서둘러 헬스장으로 갔다.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 땀 흘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걷다가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점령군이 몰려오듯 땀방울이 야금야금 옷을 파먹었다.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몸이 약했다. 더구나 초등학교 때 인근 시내로 혼자 전학 나와서 시골 일도 많이 하지 않았다. 자연히 일손이 짧고 서툴렀다. 어쩌다 손을 보탤 일이 있으면 동생들 도움을 기다리며 눈치 보기 일쑤였다. 그럴 때 이마에 땀방울이라도 맺혀있으면 핑곗거리가 얼마나 좋았던가. 요새가 그때처럼 일하기 싫은 사람이 생색내기 딱 좋은 날씨다.

목욕탕에서 몸을 식히면서 머릿속으로 일과를 정리했다. 씻고 나면 몇 군데 통화할 일이 있다. 지난해 8월 말 명예퇴직 하고 시간을 쪼개 살고 있다. 어쩌다 강의 요청이 온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데, 이번 주에는 세 군데를 다녀야 한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방학을 앞두면 학교는 어수선하다. 진도를 다 끝낸 학생들은 해방감에 빠져 수업에 집중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시간에 외부 강사를 초청하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미리 강의자료를 준비하지만, 원고 퇴고하듯 내용을 빼거나 보충할 일이 생긴다. 덩달아 마음이 바쁘다.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작업실로 향한다. 책 뒤적이고 글 끼적인다는 핑계로 허름한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종종걸음을 한다. 뭐에 홀려서 정신없이 달려왔을까. 이따금 해가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30년 이상 몸에 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해 작업실을 장만하고 무더위에 선풍기 두 대로 버티기가 힘들었다. 결국 중고 에어컨을 주문했다. 1시쯤 에어컨을 옮기면 어떻겠냐는 전화가 왔다. 전화기를 붙든 채 바쁘게 머리를 굴려보아도 시간이 빠듯하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더니 강의 인쇄물을 출력하는데 프린터가 터덕거렸다.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두 시간 앞당겨 가져다 달라고 했다. 마음이 바빠졌다. 겨우 출력을 마쳤다. 아차, 오늘 정기 헌혈하는 날이다. 강의 시작 전 서둘러 헌혈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자동 혈압계에 팔을 넣고 스위치를 눌렀다. 몇 초 동안 깜박이던 숫자가 멎었다. 헐레벌떡한 탓인지 예상대로 고혈압. 그새 간호사 선생님이 서너 가지를 점검했다. 심호흡을 몇 차례 하고 2차 시도는 무난히 통과했다. “오늘은 제가 무지 바쁘니 급속으로 뽑아 주세요.” “선생님은 항상 바쁘세요.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복을 타고났는지 모르겠어요.” 아침부터 물을 많이 마신 덕분에 제시간 안에 마쳤다. 지혈 시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강의장으로 출발했다.

가까스로 서너 가지 숙제는 마쳤다. 이제 내일 넘길 원고와 강의자료를 마무리해야 한다. 하루 세끼 먹는 것은 똑같은데 내가 생각해도 참 정신없이 산다. 누군가 그랬다. 절실하면 모든 것이 스승이라고. 내가 꼭 달고 살아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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