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먼저일까, 양배추가 먼저일까? ”

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요즘 푸른하늘과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을 보며 가을이 깊어감이 느껴진다. 또한 차를 타고 오다가다 보면 배추가 속이 차 가는 모습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잠깐 가을을 느끼기 시작하는가하면 또 어느새 김장철이 시작된다. 8월부터 시작된 배춧값과 채솟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외식업계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 4대 채소는 배추, 고추, 무, 마늘이다. 이들은 모두 김치의 재료이다. 금(金)치라고까지 불리는 우리가 먹는 배추는 우장춘박사에 의해서 품종개량되어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필수 채소가 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채소와 야채라는 말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이외로 존재한다. ‘야채’가 일본식 한자식이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나라 국립국어원에서는 야채가 일본식 한자어라는 견해가 있긴 하지만 이를 확인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라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원예학계에서는 모두 ‘채소’로 통일하여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야채라는 용어는 전혀 쓰지 않고, ‘야채’라는 한자어의 ‘야(野)’는 산과 들을 의미하기에 야채는 산에서 나는 채소, 즉 산나물을 의미한다. 조선시대에는 산에서 나물을 채취해 먹는게 흔했지만, 요즈음 대부분은 재배한 식물을 식용하는 것이므로 ‘야채’보다는 ‘채소’가 정확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채소, 중국은 소채, 일본은 야채, 북한은 남새라고 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채소를 ‘야채’라고 표기한다면 일본사으로 둔갑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양배추의 원종은 겨자과 배추(Brassica)속의 한 종인 야생양배추이다. Brassica라는 속명은 양배추를 의미하는 라틴어이다. 야생양배추는 유럽 지중해 연안에서 수천년동안 자생해 왔고, 그 근교에서는 식용식물로 계속해서 재배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개량 되었다. 야생양배추의 잎을 발달시킨게 우리가 먹는 양배추와 케일이고, 꽃을 발달시킨건 브로컬리와 콜리플라워이다. 또한 뿌리를 발달시킨건 보라색을 띠는 콜라비이다. 이 중 케일과 양배추를 관상용으로 개량시킨게 겨울에 볼 수 있는 꽃양배추이다. 꽃양배추 중, 양배추 종류를 개량한 꽃양배추는 모양이 둥그스럼하고, 케일 종류를 개량한 꽃양배추 잎 모양은 뾰족뾰족하다. 이렇게 양배추는 기원전 2,500년전부터 재배되어 온 아주 오래된 식물이다. 그 후 기원전 1세기에 그리스에서 최초의 양배추 기록이 있었고, 계속해서 재배되고 수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꽃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등 여러 계통으로 발전되었다. 현재 우리가 먹는 품종들은 예전에 재배되었던 게 아니라 16세기 이후 유럽에서 육성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재배되고 이용되었던 양배추들은 19세기에 와서 미국과 동남아에 퍼지면서 중국과 일본에도 유입이 되었다.

우리나라 1세대 식물학자, 육종학자는 우장춘 박사님이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일본인이었던 우장춘 박사님은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일본 농림성에서 일하시다가 우리나라 광복이후에 식량자원의 연구가 필요해서 우리나라에서 우장춘 박사님을 모셔와 부산에 있었던 한국농업과학연구소의 소장님으로 계셨다. 당시 우리나라는 광복하고 얼마되지 않아 국내정세가 불안하고, 식량도 부족해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우장춘 박사님은 인생의 반은 일본에서 살았으니, 나머지 반은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셨다. 그리고 자녀들은 일본에 남겨두고 홀로 한국에 오셔서 우리나라 식량자원에 크게 공헌 하셨다.

우장춘 박사님이 발표한 1935년 종의 합성은 식물의 종은 달라도 같은 속, 같은 가족이면 교배해서 새로운 식물을 만들 수 있다라는 이론이다. 이를 적용해 특히 채소분야에서 두각을 보이셨다. 우장춘 박사님이 육종하신 채소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배추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배추는 속이 꽉 차지 않았는데, 중국배추종과 교잡을 해서 원예1호라는 속이 꽉 찬 배추를 육성했다. 이러한 육종기술덕분에 우리나라가 현재 풍요로운 식량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시초가 되었다. 종의합성 이론은 배추속 식물 게놈분석에서 배추와 양배추의 교잡으로 유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규명해, 유채가 육종학사에서 중요한 식물이 되기도 했다.

이번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한 채소 수급의 어려움을 겪으며, 우장춘 박사님의 우리나라 식량자원에 대한 열정과 그 열정을 이어가며 열심히 연구하시는 농업에 관계한 분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힘겹게 농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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