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교정‧교화에 온 힘… 간식‧영치금 등 후원도 자비로 충당

"재범 없이 같이 사는 것 목적"… 제77주년 교정의 날 국무총리상 수상

“출소자 쉼터 조성이 꿈… 사회 복귀 위한 너그럽고 따뜻한 시선 필요"

“단 한 명이라도 변화된 삶을 계획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닿는 순간까지 수용자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이리공고 정문 앞 양무리교회 이성재‧김후심 목사 부부의 다짐과 목표다.

이들 부부는 군산교도소 교정위원으로 20년 동안 활동하고 있다.

편견 없이 다가가 마음의 문을 여는 제2의 아버지, 어머니로 통한다.

부부는 지난 10월 28일 제77회 교정의 날을 맞아 교정교화에 앞장선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 때가지 수감자를 위한 기도와 교정 생각뿐인 부부를 만났다.

‘찾아가는 교회’ 꿈꾼 목회자의 길

부부는 늦깎이 목회자다.

이 목사는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그러던 중 부부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성직자를 꿈꾸며 함께 2000년도에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부부는 장애인 교회, 호스피스 등 다양한 분야로 봉사를 했다.

교정 일은 김후심 목사가 교정복지전문학교 1기로 공부하면서 시작됐다. 매주 목요일 새벽이면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고 교정복지를 배웠다. 그렇게 군산교도소에 발을 내딛었다.

당시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의 방과 후 학교를 계획하던 이성재 목사도 자연스럽게 교소도 봉사활동에 동참. 2003년 3월부터 교정위원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한 길을 걷고 있다.

이 목사는 “목회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모으는 교회’가 아닌 ‘찾아가는 교회’를 하겠노라 하나님과 약속했다. 수감자들을 위한 교정사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진 우리의 길”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교정사업에 온 힘을 쏟는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수감자들을 위한 기도와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매월 첫째, 셋째 주 화요일마다 장애인 수감자들을 위한 재활관을 찾고 있다. 또 장기 복역 수감자들과 자매상담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희망을 전한다.

김 목사는 한글교육을 하기도 했다.

군산교도소 벧엘예배당에서 열리는 정기예배에서 설교를 전하기도 한다.

‘채워주신다’… 현금 후원은 사절

이들 부부는 교도소에 갈 때면 간식을 잔뜩 사들고 간다. 가족이 없거나 형편이 어려운 수감들을 위해서 영치금도 넣어준다.

부부의 후원은 100% 자비다. 군대에서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이 목사가 국가유공자연금으로 받은 돈에서 공과금과 쌀 20㎏을 사놓은 뒤 나머지는 모두 교정사업에 쓴다.

출가한 자녀들이 내는 십일조와 김 목사가 요양복지사, 한글교육 등으로 간간히 버는 적은 돈이 보태지기도 한다.

부부는 “처음엔 돈이 없어 안달복달했다. 당장 내일 수감자를 만나 영치금을 넣어야 하는데 지갑이 비어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흔히 말하는 ‘채워주신다’라는 말을 확인케 하는 일들이 자꾸 생겼다”고 미소를 지었다.

군산교도소에 갈 때면 교통봉사를 해주는 이대호 영신교회 장로는 부부의 든든한 동반자다.

20년째 부부와 동행하는 이 장로는 익산터미널 내 풍년제과를 운영하며 아낌없이 후원하는 사랑꾼이다.

부부는 현금후원을 받지 않는다.

부부도 사람이기에 행여 급한 마음에 사적인 용도로 단 돈 천 원이라도 쓰일까봐서다. 후원이나 지원을 원하는 사람에겐 현물로 받는다. 교도소로 예배나 상담을 갈 때 필요한 간식과 물품을 직접 후원받는다.

부부는 지난 7월 양무리교회 성도들에게 이별을 고했다.

온전히 교인들을 위해 활동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눈물을 머금고 내린 결정이었다. 서운했을 교인들이지만 부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쉬운 이별을 받아들였다.

편견 없는 만남을 위한 원칙

부부가 수감자들과 만날 때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편견 없이 만나는 것. 그러기 위해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몇 년 형을 받았는지 묻지 않는다.

이 목사는 “죄와 형을 들으면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대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래야 서로 마음을 열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예배를 드리거나, 상담할 때도 거침없는 말로 수감자들에게 당부한다.

이 목사는 “예수를 믿고 복 받아 만사형통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정체성을 찾으라 강조한다”면서 “그래야 내가 살아갈 방법이 나온다. 다시 같은 죄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교도소는 잠시 쉬어 나가는 곳이고, 두 번 다시 돌아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부부의 진심이 통해서 일까. 수감 중 신학을 공부해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 전도사로 활동하는 사람, 현재 복역 중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목사와 이대호 장로가 등록금을 후원하기도 했다.

부부는 “한 수감자가 성경필사를 해서 편지로 보내왔다. 성경 64권을 전체 모으고 있다. 성경을 자필로 써내려간 수감자의 마음이 담겨 있어 보물처럼 애지중지 하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출소 후 비를 피할 쉼터 조성이 꿈

한결같은 마음으로 교정을 위해 온 힘을 쏟아내는 부부.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재범하지 않고 모두가 나란히 같이 사는 것’이다.

출소 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기꺼이 잠자리와 삼시 세끼를 내어준다.

또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알아보고,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발로 뛰어 다닌다.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부부는 “오래도록 교도소에 복역한 수감자들은 삶 자체가 교도소에 동화되기도 한다. 가족들 역시 연락이 끊기거나 버림을 받은 경우가 대다수다. 출소 후 갈 곳이 없어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눈물을 훔쳤다.

이들 부부에겐 꿈이 있다.

출소 후 갈 곳 없는 수감자들이 비를 피할 집, 교도소에서 배운 화훼기술로 화훼방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 수감자들을 위한 쉼터를 만드는 것이다.

부부는 “교도소 안에 있는 수감자들은 참회의 시간과 인내의 과정을 거치고, 자아성찰을 통해 죗값을 치른다. 당장 밖의 사람들도 이들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도록 따뜻한 기회의 손길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황정아 기자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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