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오늘도 많은 어르신을 만납니다. 어르신은 각자 살아온 세월의 가지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계시기에 사람마다 외모, 능력, 성격이 모두 다르다고 해도 살아온 세월만큼은 항상 저에게 동일하게 경외감을 가져다줍니다. 그렇기에 저는 매일 어르신을 만나기 전 저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큰 신경을 씁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관장으로서 가진 말과 행동의 무게를 항상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 말과 행동은 어르신께 다다르며,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기에 항상 선한 영향력을 만들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항상 말을 하거나 행동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나의 말만을 전달하기보다는 듣는 것에 집중하고자 노력합니다.

어느 날, 치매 어르신이 관장실에 찾아와 저에게 말을 거십니다.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에 매일 나와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수강하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이 어르신께서 이 말씀을 하시는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전에도 저에게 똑같은 말씀을 하신 적이 여러번 있습니다. 가족과 상의하여 요양원 입소를 결정했는데, 치매로 인하여 그 일을 잊고 또 찾아오신 것입니다.

우선, 저는 어르신을 모시고 따뜻한 차와 간식을 대접했습니다. 어르신은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셨고,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어르신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다 보니 자녀분이 찾아오셨고(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도 잊으신 채), 어르신은 자녀분을 따라갔습니다. 사람의 기억을 앗아가고 일상적인 생활을 불가하게 만드는 치매라는 병은 매우 무섭습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어르신은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기 어려웠고 일상에서도 보호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어르신의 사정을 알기에 안타까움만이 남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오래전 가슴에 남은 시 한 편이 떠오르는 날이었습니다. Phyllis M. McCormick의 ‘간호사 당신은 무엇을 보십니까?’라는 시입니다. 시를 이 칼럼에 적기에는 길지만, 읽어보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아 제 주변인들에게 온전한 전달을 위해 통째로 읽기를 권해보는 시입니다.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치매로 인해 고생하는 한 어르신이 자신의 담당 간호사에게 속마음을 전달하는 내용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치매로 인하여 간단한 일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해 보일 수 있다고 화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화자는 이에 덧붙여 자신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인생을 그저 걸어왔을 뿐이라 전합니다. 그리고 시는 다음 구절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자 간호사 눈을 뜨시오.

눈을 떠 나를 자세히 보시오.

쭈그러진 늙은 노인으로 보지 말고 ‘나’를 자세히 보시오.

저와 동료들은 어떤 어르신이든 귀하고, 또 귀하게 여기고자 노력합니다. 단순히 어르신의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이 가진 인생의 속 이야기를 항상 듣고자 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젊은 시절을 보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노인이 되는 것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와 동료들은 인생 선배님을 따라 인생을 걸어가는 한 존재로서 어르신을 존중하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많은 어르신께서 걸어온 인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인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으로 맘 편하게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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