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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문학산책 - 아버지의 틀니유은희 시인의 문학산책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04.03 08:50

아버지의 틀니

낮잠 밖에서 서늘히 웃어주는 틀니,

식욕을 놓아버린 아버지는 가쁜 잠의 수렁에서

어둠을 퍼 올리고 있다 언젠가부터

자꾸만 이를 빼내고 있다

아무 맛도 낼 수 없는 틀니가

낯설다, 아버지 것이 아닌 게

어디 저 틀니 뿐이랴

문전옥답도 가문의 명예도 자식도

손 뻗어 닿을 수 없는

먼 시간의 손님 같기만 할 터

더는 반갑게 맞을 수 없는 것들이다

아버지의 숨소리가 높은 파도위에서

손사래를 치다가도

목 깊은 수렁에서 상여소리로 오른다

 

모르고 살았다, 사는 동안

아버지의 몸을 조금씩 벗어 나온

나 역시 틀니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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