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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04.10 08:56

여자 셋이 포항으로 떠나다

원광대LINC3.0사업단 공유.협업지원센터 팀장

시작은 시부모님께서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하셔서 군위 시가에 모두 모였을 때였다. 저녁식사 후에 다 같이 상을 치우고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참고로 필자는 겨우 그림맞추기만 하는 수준이다. 동서는 광을 팔고 어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국진을 열끗으로 쓸지 쌍피로 쓸지 고민할 때 어머니께서 바다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남편과 시동생이 여행경비를 대기로 했고 어머님과 나, 동서, 이렇게 셋이 포항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영일대해수욕장 근처의 숙소를 예약했다는 동서의 메시지를 받자 마침 바쁜 일도 거의 끝났겠다, 그날부터 설레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3월 31일이 되자 나는 짐가방과 함께 익산에서 오송으로 가는 KTX에 올랐다. KTX를 타기 전에 익산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아는 분을 만나 시어머니, 동서와 여행을 간다고 하니 잘 다녀오라는 덕담을 듣기도 했다. 오송역에서 잠시 열차를 기다리다 핸드폰 액세서리 가게에서 낡은 핸드폰케이스를 새 것으로 바꾸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게 바로 여행 속 작은 행복임을 느꼈다.

동대구역에 도착하자 동서가 차를 끌고 마중나와 있었다. 이야, 멋있다. 동서가 미리 준비한 아이스아메리카노도 한 잔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군위 시가에 도착했다. 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그런지 어머님도, 동서도, 나도 모두 사뭇 들떠서 아버님께 출발을 고하고 포항으로 향했다. 약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길이었지만 어머님께서 처음 시집와서 겪은 일, 필자가 남편과 만나게 된 스토리 등을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우린 포항에 도착했다.

우린 제일 먼저 어머님께서 보고 싶다 하셨던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 모래사장에 있는 모래조각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해변에서 사진을 찍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죽도시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포항의 해녀 사장님께서 운영하신다는 연다라횟집에 가기로 했고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호객행위들에 맞닥뜨렸다. 살면서 그렇게 열띤 환영과 환호는 처음이었지만 목적지가 있었기에 완곡한 거절을 최대한 웃는 얼굴로 표시하며 죽도시장을 걸어갔다. 연다라횟집에 도착해 자리에 앉자 해산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은 메뉴는 대게와 물회, 모듬회가 나오는 세트였는데 여기에서 먹은 회는 정말 최고였다. 어머님과 함께 맥주 한 잔도 하고 매운탕까지 먹으니 배가 불러 잠시 시장구경을 하기로 했다. 좌판 가득한 생선과 해삼, 멍게들을 보며 우리는 마음껏 웃었고 사진도 마음껏 찍었다.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바깥은 캄캄해졌다. 먼 바다에 드문드문 등대와 어선의 불빛이 보였다. 그 불빛들을 보며 바다에 왔는데 발이라도 적셔봐야겠다는 생각에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가자 어머님도 동서도 맨발차림이었다. 처음에는 발이 정말 시렸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잔잔한 파도에 이내 괜찮아졌다. 어쩌면 인생도 파도에 이리저리 쓸리다 잠잠해지는 것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에 스쳤다. 와인바에서 뇨끼와 치즈곶감말이에 술 한 잔 하고 숙소로 돌아오자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다. 

오랜만에 10시 30분까지 느긋하게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자마자 아침 겸 점심으로 생선구이정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생선구이로 고등어와 열기, 가자미가 나왔는데 태어나서 이때 열기를 처음 먹어봤다. 탄탄한 식감의 열기를 비롯한 모든 생선들이 맛있었다. 공식적인 일정이 끝나자 우리는 차 안에서 분기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다시 동대구에서 오송, 오송에서 익산으로 기차를 타고 익산역 로비에 도착하니 익산역 앞 중앙로의 열차 조형물에서 나오는 불빛이 반겼다. 익산에서 오송, 오송에서 동대구까지 약 한시간 반 정도 걸리니 익산에서 기차타고 떠나는 여행도 가볼만 하다. 다음에는 이번 여행 때 집에서 열심히 쓸고 닦고 빨래정리를 하느라 고생한 남편과 함께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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