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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선 에세이 - 우울한 몸, 따뜻한 허그댄스테라피스트 유명선의 예술심리치료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23.05.15 08:46
(유)예술컴퍼니 아트문 대표

우울은 근심憂(우) 답답할鬱(울)이다. 그러나 근심(우)에 사람(인)을 더하면 넉넉할(우-優)가 된다. 우울한 몸에게도 사람이 답이지 싶다. 이번 칼럼에는 우울증치료 사례를 나누어보기로 한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여린 두 어깨는 말려있었다. 굽은 등과 앞으로 내민 목, 안경 너머 눈빛은 공허했다. 손은 차갑고 걸음은 무거웠으며 숨은 가슴을 누른 듯 보였다. 아무 기대도 없는 듯했다. 우울증이 찾아와 그녀 대신 그녀의 몸이 울고 있었다. 우울이 들어 온 몸은 달래주어야 했다. 걸음만큼 좋은 게 없기에 먼저 같이 걸었다. 여전히 질질 끌며 무겁게 내딛는 걸음, 나는 가벼운 음악을 틀었다. 앞으로 걷다가 뒤로도 걷고, 옆으로도 걸었다. 네모난 흰 티슈 한 장을 뽑아서 호~ 불어 날렸다. 다시 한 장 호~. 같이 바닥에 앉아 티슈를 쏙 뽑아 호 불어 날리기를 반복. 한동안 우리는 피식거리며 티슈를 마구 불었다. 바닥에 뒹구는 티슈를 보며 그녀가 말했다.

“우리 어떡해요? 혼나겠어요. 엄마한테.”

그녀에게서 ‘우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와의 테라피가 그녀를 움직였음을 느꼈다. 근심(우)에 사람(인)을 더하면 넉넉할(우)가 된다. 우울증도 여러 양상이 있다. 그녀는 평생 좋아했던 일들이 언젠가부터 무가치해지고 무기력해지며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한 생각이 고스란히 몸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삶을 다시 가치 있고 살아 볼 만한 하루를 느낄 수 있도록 그녀만을 위한 춤을 디자인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5시. 그녀도 나도 댄스테라피 시간을 기다렸다. 움직임, 숨, 음악, 때로는 혼자, 때로는 같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열리고 감정의 문을 열어가기를 바랐다. 라벤더를 넣은 부드러운 벨벳 콩주머니를 주고 받으며 몸을 가볍게 움직여보았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접시를 손에 받쳐 들고 돌리고 머리에 올려 조심스럽게 걷기도 했다. 접시가 떨어지려 할 때는 앗 소리를 지르며 재빠르게 잡아냈다. 그녀는 팔을 쭉 뻗고 등을 말거나 가슴을 열어 큰 숨을 쉬고 긴 숨을 내보냈다. 그녀의 갈색 눈빛이 제대로 보였다. 그녀는 멋진 댄서였다. 아프리카 리듬에 맞춰 살사를 추고는 땀 흘리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오랜만에 느꼈다고 했다. 왈츠를 춘 날은 영화 타이타닉 명장면의 주인공처럼 희미한 여행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생기를 되찾기도 했다. 과거의 "나"를 만나고 지금의 "나"를 보고 미래의 "나"를 춤 속에서 찾았다. 스무 번의 만남, 그녀와의 마지막 허그는 참 따뜻했다.

정신건강과 마음 챙김을 위한 온라인 모임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우울증을 비롯한 마음 챙김을 위한 건강한 방법을 찾아보자. 몸을 움직여보라 걸음만큼 좋은 게 없으니 가장 쉬운 방법을 찾는다면 먼저 가까운 산책로를 찾아 걸어보길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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