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모두를 지켜줄 수 있다

익산청년드림협동조합 이사장

“1년간 거의 폐인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집 아니면 피시방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죠. 진짜 어느 때는 죽고 싶었어요.”

매장에 자주 오던 한 친구가 1년 만에 다시 와서 필자에게 했던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많은 사람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글 속의 친구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 친구를 처음 보았을 때는 필자의 매장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큰 소리로 울면서 서러움을 토하던 모습이었다. 그 후 1년 정도 항상 친구들과 함께 와서 칵테일을 마시고 갔었다. 언제부터인가 그 친구 혼자 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매장에서 같이 음식도 나눠 먹고 여러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제법 친분이 쌓이게 되었다.

어느 날 그 친구에게 갑자기 이런 연락이 왔다.

“사장님. 제가 갈 때마다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급하게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러 가려고 해요. 인사드리지 못하고 가서 죄송해요. 익산 오면 연락드릴게요.”

필자도 그에 답장을 보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아니. 그 답장은 1년 뒤에 왔다.

“사장님. 절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혹시 아직도 운영하시면 들려도 될까요?”

이 연락이 왔을 때 왜인지 모르게 이 친구가 할 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이다. 익산 왔어? 운영하고 있으니까 언제든 들려.”

“사장님. 그럼 혹시 지금 가도 될까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천천히 와.”

그 후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 친구가 도착했다. 그 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그 후 고백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대학교를 자퇴하고 일을 하며 여러 사람과 어울렸어요. 술도 마시고 여행도 다녔죠. 그때 매장에 함께 왔던 그 친구들이에요. 자연스럽게 모임도 만들고 함께 문신도 하면서 시간이 흐르더니 어느새 한 건물에 원룸 3개를 계약해서 8명이 함께 살았어요.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1년 정도 지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매일 술만 마시고 누군가 월급 받으면 그 돈으로 놀러 가고 피시방, 당구장에서 종일 있는 제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랬구나. 그래서 타지로 갈 생각을 한 거야?”

“아니요. 그 뒤로는 혼자의 시간도 가지고 싶어서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어떻게 그러냐며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점점 그 안에서 따돌림도 당하게 되었죠. 그래서 이제 그 관계를 확실히 정리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딱히 다른 친구도 없고. 그렇다 보니 혼자서 이 매장에 자주 왔었어요. 그런데 이게 외롭다 보니 또 그 친구들을 만나는 게 반복되고 점점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그 친구들 눈치를 보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정말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관계를 다 정리하려고 타지에 갔어요.”

“그랬구나. 그래서 거기서는 잘 있다가 왔어?”

“아니요. 1년간 거의 폐인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집 아니면 피시방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죠. 진짜 어느 때는 죽고 싶었어요.”

“왜 그랬던 거야?”

“생각보다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너무 외로우니까. 가서도 일은 금방 그만두고 다른 일 찾고 그랬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익산에 왔어요. 그래도 이제 그 친구들은 안 만나니까 앞으로 익산에서 열심히 해봐야죠.”

“그래. 잘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 잘했어. 어떤 일이 있었든지 간에 그런데도 다시 네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 보낸 1년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봐. 그리고 무엇 보다 견디느라 고생했어. 정말 힘들었을 텐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거야. 금연도 하려고 하면 견뎌야 하는 고비들이 있고 그 시간이 지나야 하잖아. 너도 그 시간을 견뎌낸 거로 생각해. 잘했어. 자주와. 언제든 연락하고.”

“감사해요. 사장님. 타지에 있는 동안 이곳 생각 많이 했어요. 앞으로 종종 올게요. 힘들 때 찾아와도 되죠?”

“언제든 와. 그리고 이런 이야기 해줘서 고맙고.”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청년 고독사에 관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보면 그냥 잠깐 방황에 그친 한 청년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1인 가구, 취업 혹은 대인관계의 어려움, 학업 중단 등의 이유로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청년 등 외로움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현 사회 구조 속에서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절대로 적은 수는 아니다 우리나라 19~34세 인구 1,034만4143명 중 2.4% 해당하는 24만8,259명이 은둔형 청년이라고 하고 서울시를 기준으로 하면 4.5%나 된다고 한다. 앞으로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취업, 주거 문제가 과연 이른 시일에 바로 극복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확신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서로 다독이고 함께 행복하고 건전한 방향으로 걸어가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의 문제이다, 그리고 모두가 모두를 지켜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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